재경문경시향우회 정상화에 부쳐
재경문경시향우회가 몇 년간의 우여곡절 끝에 정상화의 길에 들어섰다고 강성주 회장이 12월4일자로 편지를 보내왔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외지에 나가면 고향 까마귀만 봐도 반갑다는데, 하물며 사람들임에랴.
그러나 시절이 변하고, 물질문명이 변하면서 교통이 발달해 이제는 문경과 서울, 부산, 대구 등 어느 곳이든 하루에도 몇 번씩 왕래할 수 있는 가까운 곳이 되고 말았다. 그러니 자연적으로 타향살이에 대한 애처로움은 그 이전에 비해 많이 희박해졌다. 그리운 부모형제, 친척과 친구들이 이젠 모두 지척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세상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사연으로 고향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타향에서 동향인을 만나 지역적, 정서적 공감을 하는 향우회의 가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그릇이다. 타향살이의 설움을 공감하고,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공유하며, 새로운 삶의 활력을 찾는 청량제로써 서로를 격려해 주는 향우회의 공동체적인 만남이야말로 아무리 문명이 발달한다 해도 필요한 것이다.
그 중에서 서울 향우회는 가장 많은 출향인들이 모인 단체로 각계각층에 살면서 ‘문경’이란 말만 들어도 눈시울을 붉혀 온 사람들이 모인 단체다. 그 역사도 길고, 역할도 충실하게 수행해 왔다. 고향 ‘문경’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기여해 온 바가 너무 컸고, 그에 따라 재향 문경시민들은 많은 기대를 해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재경향우회는 그런 고향사람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고, 오히려 걱정을 끼쳤으며, 보기 싫은 싸움을 보아야 하는 고문 아닌 고문을 당해야만 했다. 고향인 문경에서도 이쪽저쪽으로 의견이 엇갈리고, 줄을 서야하는 상태까지 이른 것이었다.
이런 때 보내온 편지는 까치가 전해주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 소식을 들여다보면 현 회장은 분열의 핵에 있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현 강성주 회장이, 회장이 되기까지의 공백 기간에 있었던 저간의 사정이 행간에 읽혀지기 때문이다. 누구도 그 분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회칙, 즉 시스템, 제도에 따라 향우회를 운영하지 못한 공백을 어느 일방에게 뒤집어씌울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지난날의 잘못된 부분을 상호 진솔하게 도려내고, 모두가 하나 된 ‘재경문경향우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마침 한쪽을 주동했던 분이 사과를 했다고 하니, 그 분으로 말미암아 또 다른 향우회장이 된 분을 명예롭게 한 배에 오르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분들은 모두가 큰 돌 작은 돌이 되어 ‘문경’이라는 거대한 집을 짓는데 꼭 필요한 문경의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명년 ‘문경시신년하례회’ 때는 모두가 손잡고 고향에 내려오셔서 한 테이블에 앉아 덕담을 나누고 행복한 웃음 속에 떡국을 드셨으면 참으로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