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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소설] 함창사람 김준식(8)
박계해
등록날짜 [ 2021-01-27 21:25:00 ]

[중편소설] 함창사람 김준식(8)

박계해

2002년 경북 문경의 가은읍에 귀촌하여 2011년까지 살았던 박계해 작가의 중편소설. 그동안 빈집에 깃들다’, ‘나의 카페, 버스정류장을 펴냈다. 문경 출신 박열이 함창초등학교 출신이라는 것과 함창이 우리나라 협동조합의 산실이라는 사실에 기초하여 이야기의 옷을 입혔다.

[조선 땅에서 조선을]

아버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하루 종일 초조하게 서성이는 어른들을 보며 어린 준식의 가슴도 쓰리고 저렸다. 마루 끝에 앉아 하염없이 바라보는 눈부시게 푸른 하늘이 서러웠다.

아버지는 돌아오신 후 한동안 운신도 하지 못했다. 다음해가 되어서야 아버지는 여기저기 품일을 기웃거렸지만 매를 맞은 후유증으로 큰 힘은 쓰기 어려워 진 상태였다.

만세운동이 휩쓸고 간 이후 일본인들은 조금 움츠러드는 듯 했다. 함창 시장과 거리에 버젓이 조선사람은 조선 물건을이라는 만장이 펄럭이고, 발이 뚝 끊겼던 조선 사람의 점방에 사람들 발걸음이 잦아지고 일본인 점방과 포목상에는 발길이 끊겼던 기묘한 분위기를 어린 준식도 감지할 수 있었다. 조선인들은 하나의 덩어리로 끈끈하게 맺어지고 있었다.

그동안 억압과 착취에 짓눌리면서도 감히 저항할 수 없었는데, 여기가 우리의 땅이고 그들은 침략자임을 분명히 돌아보게 한 각성이 일어난 것이었다. 한동안 일본 상점에 대한 테러나 일본인에 대한 공격도 심심찮게 일어났고 조선인 아이들과 일본인 아이들의 패싸움도 일어났다.

그동안 당한 차별과 착취는 일일이 열거할 수도 없었다. 그럼에도 두려워서 따질 수 없었던 서러운 심정이 폭발한 것이었다.

일본식 언어나 셈법에 약한 조선인에게 근수나 값을 속이는 일도 다반사였고, 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우기면 꼼짝없이 당해야 했던 것이다. 춘궁기에 굶어 죽지 않으려고 집안의 귀물을 전당포에 잡혔다가 돈을 들고 가도 돌려받지 못하는 기가 막힌 일도 있었다. 같은 일을 하고도 임금은 일본인의 절반에도 못 미치게 받았으며 따졌다가 헌병에게 맞아 불구자가 된 사람도 있었다.

교장은 조선의 역사나 연호가 사용된 책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징계를 했고 당장 몰수 해 버렸다. , 일본인 학교 아이들은 동원하지 않는 궂은일에 함창공립학교 아이들은 수시로 동원되었다. 가끔 두 학교가 함께 하는 행사에서는 자리배치며 상장 수여에도 내놓고 차별을 했다.

그 모든 억압이 분노로 터져 나온 것이었다. 이 거대한 물결은 전국적인 움직임이었으므로 총독부로서도 그냥 무시하고 위기만 모면할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앞으로의 조선 땅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공고히 할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조선인은 누를수록 더 단단해지는 독종들이란 것이었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주재소의 헌병수를 줄이고 친일 성향을 가진 사람을 더 발굴해서 순사자리에 앉히는 등 가시적인 변화를 주고자 했다.

그러나 그들은 한 걸음 물러 선 것이 아니었다. 조선인의 단결에 대해 더 음산한 움직임이 생기고 있었다. 세금이나 일자리를 매개로 회유를 하거나 분열을 책동하는 등, 민심을 교란시켰고 조선인 순사들에게는 승진을 매개로 친일을 더욱 부채질 했다. 그 맛에 나중에는 조선인 순사들이 일본인 순사보다 더 악질로 변질되고 있었다.

학교에서도 일본어 시간이나 일본 역사를 가르치는 시간은 점점 늘었고 조선인 선생들에 대한 감시는 심해졌다. 학교 운동장 둘레에는 일본에서 공수해 온 측백나무 울타리도 생겼다. 그들은 조선 땅에서 점점 더 조선을 지우려 하고 있었다.

(내일 또.....)



문경매일신문

이민숙 대표 (shms2015@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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