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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소향전 18
김경수
등록날짜 [ 2021-05-16 23:07:02 ]

[연재소설] 소향전 18

김경수

 

소향은 벌써 삼 일째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며 몸살을 앓고 있다. 삼일에 걸쳐 태봉나들이를 하는 동안 잠자리며 먹는 것도 부실했고 마음 쓰이던 여러 가지를 집에 와서 왈칵 토해내듯 그저 드러누웠다. 이튿날 간다던 대포아지매 집에도 가지 못하고 잠만 자고, 움푹 패인 눈에 축 늘어진 눈꺼풀 그리고 산발에 가까운 엉킨 머리카락은 보기에 영락없는 귀신형상이다.


장날 소향에미는 무슨 물건을 잡았는지 그 이튿날 떠났고, 지금쯤은 돌아올 날짜가 되었건만 아직 오지 않았다.


아직도 장사 수완이 없는 탓에 한 푼이라도 더 남기려 씨름하다가 날이 저물고 막차가 떨어지면 경비가 더 들어가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똑같은 상황을 겪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벌써 달포 이상 대구로 김천으로 머리에 광목보따리를 이고 도매상도 기웃거리고 골목을 다니며 소리도 질러보고 하면서 체면치레 없이 집에서 기다리는 어린 것들을 생각하며 그저 잔돈푼이라도 이득을 챙기려하는 것이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져간다. 부산은 아예 들르지도 않는다. 바다가 접해 있으니 물론 해산물이 많은 것이 이유다.


여관에 묵을 돈을 생각하면 간이 따가워 그냥 역사 나무의자에서 보따리를 안고 이틀 밤 정도는 새우잠을 잔다. 말이 잠이지 치마 속에 든 전대와 안고 있는 물건을 생각하면서 깊은 잠을 잘 리가 없다.


소향을 생각하면 부모로서 억장이 무너지는 에미다. 한편으로는 어제같이 애 같던 딸년이었는데 날벼락 같은 아버지의 죽음을 들은 후로 에미보다도 더 든든한 집안의 기둥노릇을 자청하는 것이 한없이 기특하지만 하필이면 몸땡이 팔아서 돈을 마련한다는 것에 그것이 비록 유락가는 아니더라도 살갗이 따가울 정도로 낮을 들 수 없을 일인 것이다.


더 한심한 것은 자기가 미친 듯이 말리고 따귀라도 때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딸년을 씨받이로 보내고 얻는 돈을 은근히 바라고 있지나 않나 하는 스스로의 의심에 화들짝 놀라서 잠에서 깨나기도 한다.


대포아지매의 다 팔자다하는 말이 자꾸 생각난다. 이것이 정말로 에미도 어찌할 수 없는 팔자란 말인가? 석탄가루가 펄펄 날리는 기차역사는 잠만 자고나면 얼굴에 검댕이가 칠을 하지만 그런 것도 아랑곳없이 그저 물건을 빨리 처분하고 돌아갈 생각뿐이다. 마지막 남은 김과 건어물 몇 쪼가리를 식당에 헐값으로 떠넘기고 지금 소향에미는 삼천포에 거의 다다랐다.

다행히도 김천의 한 도매상과 대구의 건어물 전에서 곱게 봐준 탓에 물건도 제법 잘 넘겼고 다음 행차 때도 들르라는 말도 들어서 마음은 가볍다. 파김치 같은 몸이지만 집에 가기 전에는 꼭 들리는 대포아지매 점방이다. 그러고 보니 벌써 내일이 또 장날이다.


날이 좋아서인지 저녁때가 되었어도 점방 문이 열려있다.
-아지매. 지왔심더-
인기척을 내며 들어서니 장날 국밥거리를 미리 준비하던 대포아지매가 칼질을 멈추고 반긴다.
-어서 온나. 이번에는 오땠노? 잘 됐나?-
하면서 궁금한 듯 물어댄다.


-손해는 안 봤네예-
기운이 탈진한 소향에미는 짧은 대답과 함께 나무의자에 털썩 앉는다.


-니 묵고 댕기지도 않제? 이것아 묵고 살자꼬 하는 장산데 저 얼굴 좀 봐라. 굶고 우째 하노? 아아들 생각해서 소향이 니가 살아야 된데이. 가마 있거라.... 내도 저녁 무걸 때가 됐으이 내캉 같이 묵자. 니를 밥동무 삼아 내도 밥맛 좀 내 보재이. 혼자 무거민 도시 묵기가 싫데이-
하면서 육중한 몸을 일으킨다.


-아이라예, 내 떠나기 전에 소향이 아푸다고 했는데 우째 됐는지 빨리 가봐야지예-
하면서 손사래를 친다.
들은 둥 마는 둥 대포아지매는 부엌에서 주섬주섬 저녁을 챙겨 들고 나온다.


겨울을 지난 신 김치쪼가리와 간장종지 옆에는 보기도 좋은 수육 한사발이 어설피 담겨져 있다. 밥은 식은 밥이지만 제법 쌀이 많이 섞인 밥이라 모처럼 소향어미도 눈길이 간다. 장삿길에서 연신 값싼 국수로 배를 채운 후라 곡기가 들어가니 입안에 밥맛이 확 살아나는 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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