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을 멀리하는 지자체와 유림들

뉴스일자: 2018년10월09일 16시58분

한글을 멀리하는 지자체와 유림들

527돌 한글날이다. 한글날이 국경일로 올라선지 2006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1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이 열렸다.

정부가 한글날을 매우 뜻깊게 생각하고 이를 보여주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지자체는 여전히 외래어가 뒤섞인 알쏭달쏭한 행정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연합뉴스는 한글 대체가 가능한 행정용어를 외래어로 쓰거나, 한글과 외국어를 혼용해 신조어를 만드는 등 지자체의 한글 파괴가 도를 넘었으며, 전 세계가 인정하는 가장 과학적인 문자를 갖고도 굳이 의미가 불분명한 외래어를 행정용어로 고집하는 지자체의 관행에 개선이 요구된다고 보도했다.

경북만 해도 '저스트+ 시티(Just+ city) 상주', '힐링(healing) 중심, 행복 영주', '골든 시티(Golden City) 경주', '센츄럴(Central) 김천', '예스(Yes) 구미', ‘스타(Star) 영천’, ‘마린피아(MarinePia) 울진’, ‘(Hot) 영양’, ‘클린(Clean) 성주9개 지자체가 별도로 내세우는 이름이 불분명한 외래어다. 문경도 몇 해 전까지 런닝(Running) 문경이었다.

이에 비해 전원생활 녹색도시 봉화’, ‘자연을 노래하다, 청송’, ‘활력 넘치는 희망 의성’, ‘경북의 중심 예천’, ‘삼국유사의 고장 군위’, ‘살기 좋은 도시 희망이 커가는 도시 칠곡’, ‘대가야의 도읍지 고령’, ‘역동적인 민생청도’, ‘환동해 중심도시 포항’, ‘아름다운 신비의 섬 울릉’, ‘한국정신문화의 수동 안동’, ‘새로운 도약, 일등 문경이고, 경산시, 영덕군은 달리 내세우는 이름이 없다. 성주군은 새로운 이름을 공모 중이다.

이들 지자체는 지역 명소와 관광지, 특산품, 산업 등을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문구를 골라 지역 이름 앞에 넣어 쓰고 있다.

지자체나 학교가 생산하는 보도 자료에도 수없이 많은 외래어도 아닌 외래어, 영어도 아닌 영어들이 판을 친다. 때로는 필자조차도 무심코 그런 말에 세뇌돼 프로그램, 패러다임, 콘텐츠, 컨벤션, 디아스포라, 포럼, 세미나를 우리말로 선뜻 쓰지 못하는 지경이다.

예비 창업자가 전문가와 투자자 앞에서 사업성을 검증받는 행사를 'UP 창조오디션'이라 하고, 농업인에게 농장을 빌려주고 작목을 직접 생산, 유통하는 체계를 '팜 셰어'라고 한다. 문경중앙시장 청년들 가게는 청년 몰’, 어르신들의 요람은 영강문화센터. ‘건강증진센터’, ‘어린이급식지원센터’, 심지어 요즈음 읍면동은 행정복지센터.

불분명한 영어식 외래어 외에도 한자식 외래어도 경계해야 한다. 특히 어르신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유림단체에서는 굳이 생활 속에서 얼마든지 한글로 소통할 수 있는 말을 한자로 옮겨 표현하고 있다. 유림의 공문서는 한자투성이다.

특히 한자로 행사 진행하는 것을 전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향교 석전이나 유림이 주관하는 제례에는 홀기(笏記)라고 해서 우리말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진행대본을 아직도 금과옥조로 여기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서강독이니, 소학이니 하면서 한자를 배우고 쓰는 일을 으스대기까지 한다. 그러니 젊은이들이 어려워하며 이 좋은 것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논어나 맹자, 대학이나 중용, 소학이나 통감, 어떤 경전이라도 우리말로 번역된 것을 학습하면 효과도 빠르고 누구라도 쉽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란 현실을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지자체나 유림이나 지역사회를 이끌어가는 집단이다. 그들이 우리의 혼과 정신을 바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한글을 잘 사용하고 한글을 잘 다듬는 일에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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