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진 전 문경시노인회장 별세 권대진 전 문경시노인회장이 9월 21일 새벽 별세했다. 향년 98세.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건강하셔서 흥덕동 자택에서 생활했으나, 갑자기 기력이 떨어져 병원과 요양원을 오고가시다가 지난 11일 장출혈로 병원에서 가료 중에 유명을 달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대진 회장은 1927년 호계면 선암리에서 태어나 1936년 열 살의 나이로 호계공립보통학교에 입학했고, 졸업할 때까지 수재로 공부했으며, 25리 길을 지각, 조퇴, 결석 없이 6년 개근했다. 그 후 22살인 1948년 문경군 서기시험에 수석 합격해 공직에 들어섰고, 이듬해 초등교원 임용고시에 합격, 1993년까지 44년간 교직에서 일했으며, 다른 사람 교장 되는 일을 돕다가 정작 본인은 교감으로 퇴직했다.
공직 퇴임 후 1996년부터 도덕성회복국민운동 문경시회장으로 활동하다가 1998년 문경노인대학을 설립하고 학장으로 활동했으며, 2008년부터 2016년까지 8년간 선거에 의해 문경시노인회장을 역임했다. 그동안에 문교부장관상, 스승의 상, 국민훈장 동백장, 문경대상(교육부문),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어릴 때 가학으로 배운 한학 덕분에 자택 서재와 서실에서 각종 비문, 상량문을 짓는 한편, 한문을 번역해 후학들의 궁금증을 풀어주었으며, 옥상에 채소밭을 만들어놓고 고추, 토마토, 배추, 무 등을 손수 길러 가족들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특히 현대판 관포지교(管鮑之交)로 친구들의 부음을 들으면 산소를 찾아 문상을 했는데, 93세 때인 2019년 7월 교남회 회원으로 같이 활동하던 이우상 전 봉화군의회 초대의장의 산소를 찾은 일은 그 지역 신문에 크게 보도되기도 했다. 또한 초등학교 동창생인 김만기 장군을 존경했으며, 95세 때인 2021년 8월 김 장군이 별세하자 한 달 뒤 산양면 반곡리 묘역을 찾아 성묘하고 만사(挽詞)를 바쳐 주위를 애틋하게 했다. 그리고 올 봄에는 군대에 있을 때 선생을 아끼던 상주출신 독립운동가 권준 장군을 그리워하며, 동작동국립묘지를 찾아 술 부어 절했고, 초등학교 김병무 은사의 성주군에 있는 산소를 해마다 찾아 성묘했다. 그리고 지난해 8월에는 평소 신세진 사람들에게 점심을 대접하고 사회 공식 활동을 마무리한다며 20여 명을 한 식당으로 초대한 일은 참석자 모든 이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했다.
책과 기록물들로 꽉 찬 선생의 서재에는 희귀한 자료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 중 자신의 친필과 해공 신익희 선생 친필, 친구들의 친필들을 모아 2019년 문경문학관과 문경문화원에서 초대전을 열었고, 지난해에는 ‘문경시 역사사진 공모전’에 1937년 호계 뱃나들 죽림정 사진, 1938년 호계심상학교 사진, 1941년 진남교 사진, 호계공립보통학교 졸업앨범 등을 공적으로 제공했다. 지난해 부인과 사별했으며, 슬하에 5남 2녀와 11명의 손자, 4명의 외손을 두었고, 2명의 손서도 보았다. 빈소는 중앙장례식장 101호이며, 발인은 23일 08시, 장지는 호계면 선암리 선영이다.
최근 지인들에게 “언제까지 살랑가 몰라도 그동안 참말 고마웠노라.”는 말씀을 많이 하신 걸로 전해진다. 문경매일신문 고성환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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