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캐러밴, 사용 선수들 “굿!!!”
선수촌에 흠뻑 빠진 세계군인들
▲ ‘문경 가을 날씨 뷰티풀’. ‘2015 경북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참가한 프랑스 축구선수들이 10월8일 오후 카라반 선수촌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세계 각국 선수들 대다수가 문경의 캐러밴형 선수촌이 너무 좋다고 하네요. 우리는 알뜰대회를 위한 아이디어 차원에서 도입했고 신개념 선수촌이라며 자평했지만 정작 선수들의 반응이 좋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다행입니다.” (김교성 세계군인체육대회 선수촌장)
역대 국제대회 사상 처음으로 캠핑용 ‘캐러밴형 이동식 숙소’로 꾸민 ‘2015 경북문경 세계군인대회’ 선수촌이 선수들에게 큰 만족감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계군인선수들의 대표격인 ‘하킴 알 시노’ 국제군인스포츠위원회(CISM) 회장은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캐러밴선수촌은 이번 대회 최고의 혁신이었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우려를 완전히 떨쳐냈다
4년 전 브라질 대회를 참관했던 문경시 관계자는 “아파트를 선수촌으로 했던 브라질대회와는 선수들의 만족도가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 같다.”고 했다.
프랑스의 한 선수는 “막사생활 경험이 있는 우리들에게는 캐러밴형 숙소가 적응하는데 더 편한 것 같다.”며 “내부시설도 훌륭한데다 캠핑장 같은 레저 분위기가 생겨나 다른 나라 선수들과도 기분 좋게 어울리는 등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참혹한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 군인들도 이곳에서만큼은 웃음을 잃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일부 스포츠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선수들의 휴식 공간 분위기가 딱딱하고 낯설면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도 있는데 캐러밴 숙소는 신비스러움이 있는데다 다양한 국가선수들끼리도 쉽게 친해질 수 있는 분위기여서 경기력 유지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캐러밴 숙소는 문경시와 경상북도, 대회조직위원회가 고민 끝에 아파트를 새로 짓지 않고 최근 캠핑용으로 각광받고 있는 ‘캐러밴’을 개조해 대회기간 빌린 것이다. 350채를 1대당 1천만원씩 35억원의 임대료만으로 대회 후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는 선수촌 고민을 해결한 것이다. 아파트로 지을 경우 800억원가량이 예상됐지만 이 비용을 절약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반응이 어떨지는 미지수였다. 캠핑장에서나 볼 수 있는 이 시설이 외국인 선수들에게 졸속이라는 인상을 심어줘 국가 위상에 흠이 되지 않을까 일부의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실제 사용하는 선수들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문경 ‘캐러밴’ 선수촌은 저비용 고효율의 알뜰대회를 표방한 이번 대회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지구촌 평화의 캠핑장 된 문경 캐러밴선수촌 풍경
대회 주경기장이 있는 국군체육부대와 2㎞쯤 떨어져 있는 문경시 신기동 제2일반산업단지 33만여㎡ 터에 있는 캐러밴 선수촌에는 117개 참가국 국기가 가을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이 깃발 아래 1천200여 명의 선수가 ‘지구촌 캠핑장’을 형성해 생활한다.
국적과 이념을 넘어 총칼을 내려놓은 각국 군인들이 함께 어깨동무를 한 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한국의 가을 햇볕까지 만족해하면서 선탠을 즐기는 선수들도 많다.
9만㎡가량 터에 4인 1실 규모인 캐러밴은 350채가 있다. 1채 길이가 12m에 달해 버스길이만큼 된다.
경기가 없는 선수들은 캐러밴 안 침대에 누워 쉬고 있거나 몇몇 선수들은 캐러밴 앞에 설치한 탁자에 앉아 카드놀이를 하거나 이야기꽃을 피우곤 한다.
문경 캐러밴 선수촌은 시원한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비어 존(beer zone)’도 마련됐다. 맥주는 2천원, 숯불에 직접 구운 소시지는 3천원이다.
경기나 훈련을 마치고 온 몇몇 선수들은 이곳에서 맥주 한 모금으로 피로를 씻어낸다.
외국 직업 군인들의 경우, 일과가 끝난 뒤 맥주 등을 간단하게 마시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저녁이 되면 이곳에서는 뮤지컬, 국악, 비보이, 걸그룹 공연이 이어져 선수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 선수들은 디스크자키(DJ)가 선사하는 클럽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기도 한다.
이밖에 선수들이 떡메치기, 널뛰기, 제기차기, 투호, 전통의상 입기 등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별도 공간도 호응을 얻고 있다.
◆서비스 천국 문경선수촌
숙소동은 A부터 G까지 7개 구역으로 구분돼 있다. A구역에 배치한 캐러밴은 여성 참가자들이, 나머지 B∼G구역 내 캐러밴은 남성 참가자들이 각각 사용한다.
캐러밴 350채 중 50채는 장애인 선수 전용으로 최대 3명이 함께 생활할 수 있다.
나머지 300채는 일반 선수용으로 최대 4명이 함께 생활하도록 했다.
개당 내부 면적이 36㎡인 캐러밴 안에는 침대 및 옷장 3,4개와 탁자, 화장실 1곳 등이 있다. 바닥 난방이 가능하며 에어컨도 설치돼 있다. 이곳에서는 장교, 병사 등이 계급에 상관없이 함께 어울려 생활한다.
선수들이 사용하는 수건과 휴지, 샴푸, 치약 등 일상품은 선수촌 종합상황실에서 수시로 제공한다.
선수들 빨래는 숙소동 맞은편에 있는 세탁실에서 해결한다. 세탁실 안에는 세탁기 118대와 다리미 등을 갖췄다.
식사는 오전 5시부터 자정까지 자율적으로 선수촌 식당에서 해결할 수 있다. 일류 요리사들이 각 나라별 선수들의 입맛에 맞는 맞춤형 뷔페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 선수촌 종합상황실은 메르스 등에 대비해 숙소동을 드나드는 선수 등의 체온을 수시로 체크하며, 돌발 상황에 대비한 별도 격리, 응급공간도 마련했다.
은행, 편의점, 인터넷카페, 우체국 등 편의시설도 마련돼 있다.
우체국에서 선수들은 고국에서 오는 우편이나 소포를 받아 보거나 기념품을 미리 보낼 수 있다.
김교성 세계군인체육대회 선수촌장은 “신개념 선수촌인 문경 캐러밴선수촌 덕분에 이번 대회의 캐치프레이즈인 알차고 멋진 대회가 더욱 빛나고 있다.”며 “선수들이 이곳에서 다진 우정과 평화가 전세계에 울려 퍼졌으면 정말 좋겠다.”고 말했다.
매일신문 문경 고도현 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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