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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신현국 전 문경시장 자서전(1)
제1장 시장(市長) 24시
등록날짜 [ 2012-10-31 00:21:58 ]

[특집] 신현국 전 문경시장 자서전(1)
제1장 시장(市長) 24시

 

[알림] 문경매일신문은 신현국 전 문경시장이 매주 1회 시사주간지 ‘일요서울’에 게재하는 대담형식의 ‘자서전’ 시리즈(총50회정도)를 동시에 게재하기로 했습니다.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바랍니다.

 (머리말)

문경시장으로 5년 6개월 쉼 없이 달려온 순간순간을 정리했습니다.

중앙부처 공직생활을 그만두고 인구 10만도 안 되는 시장이 되겠다고 23년간 쌓아온 서울생활을 그냥 던졌습니다. 공천에 대한 언질을 받은 것도 아니고 돈이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지역기반 튼튼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운 좋게 공천은 받았지만 2002년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지요. 4년의 인고의 세월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라는 곳은 없어도 반겨주는 사람은 없어도 또 다시 문경의 구석구석을 누볐습니다. 새롭게 다지고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4년의 세월은 헛되지 아니하였습니다. 2006년 선거에서 드디어 문경시장에 당선되었지요. 당선의 기쁨도 잠시 방송토론의 문제로 허위사실유포혐의로 고발되어 재판을 받습니다. 1심에서 당선 무효형에 해당되는 벌금 250만원을 선고 받았지요. 2심, 3심까지 힘든 어려운 재판이 이어집니다. 우여곡절 끝에 재판은 승소하지만 엄청난 변호사비를 지출하게 됩니다.

이 변호사비로 또 한 번 시련의 세월을 보내야 했습니다. 변호사비 3억5000만원에 대해 뇌물죄 혐의로 조사를 받습니다. 그때가 2010년 초였지요. 가택압수수색, 영장청구까지 이어졌고 이 사건 때문에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하고 2010년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재선에 성공합니다. 그러나 상처뿐인 당선이었지요. 뇌물죄 혐의는 벗었으나 가까운 일가친척들이 도와준 1억4700만원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또 기소되어 대법원까지 가는 험난한 재판을 받았습니다.

이런 역경 속에서도 국군체육부대를 유치하고, 인구 10만도 안 되는 중소도시에서 세계 3대 메이저대회의 하나인 세계국군체육대회를 유치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크고 작은 기업과 연수원을 유치하였습니다.

34년간 감소하던 문경시의 인구를 3년 연속으로 증가하게 하였고 농업, 관광,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5년 6개월 80만Km를 달리고 또 달려왔지요.

현직시장으로서의 생생한 얘기를 가공인물 L팀장과의 대화식으로 정리하였습니다. 5년 6개월 많은 사랑을 베풀어 주신 8만 문경시민께 감사를 드리고 그분들께 이 글을 바칩니다.

 

2012.9
문경에서 저자

 제 1장 시장(市長) 24시

․ 바깥에서 보면 무척이나 화려해 보이는 자리...
․ 예산을 집행해야하고 얽히고설킨 복잡한 민원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고독한 자리...
․ 크고 작은 행사장에서부터 경조사에 주말도 반납하고 24시간 뛰어야하는 자리...
․ 잘한 일은 말이 없고, 조금이라도 손해 보는 일은 아우성이고 죽일 놈, 살릴 놈하며 욕먹는 자리...
․ 감사원, 검찰, 경찰, 선거의 반대편 사람들로부터 항상 현미경까지 동원해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는 자리...

1. 국회의원의 하수인

L팀장 : 국회의원이 공천권을 가지고 있다 보니, 시장군수는 국회의원의 하수인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신 : 공천=당선의 공식이 성립하는 대구경북지역은 국회의원에게 잘못 보이면 끝장입니다. 국회의원에게 잘 보이기 위한 갖은 아부가 이루어질 수 밖에 없지요. 국회의원에 맞추어 행사를 진행하고 국회의원에게 수시로 업무를 보고하지요. 크고 작은 인사 청탁과 부탁은 다반사입니다.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부인까지 국회의원에 준하는 예우를 해줍니다. 국회의원이 행사 때 참석하지 않고 부인이 대신 참석할 때 부인을 국회의원 자리에 앉히기도 합니다. 시군의 간부들까지 특별예우를 갖추는 게 관행이지요. 주변에서 꼴불견인 것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시군에서 주관하는 행사장에서 축사도 국회의원에게 먼저 하게 합니다. 시장군수는 행사 때 의전 잘못하여 국회의원에게 미움을 샀고, 그 이후 국회의원과의 관계가 서먹해졌고 종국에는 공천을 받지 못하고 낙선한 경우도 있지요.


시장군수는 쉽게 이야기해 국회의원의 밥입니다. 저도 국회의원에게 찍혀 직접, 간접으로 해명했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집으로 까지 찾아갔지만 문전박대 당하고 공천을 받지 못했습니다. 공천권이 국회의원에게 있는 한 진정한 지방자치는 어렵지요. 시장군수에게 국회의원은 시민보다 우선이지요. 국회의원을 위해 존재하는 지방자치이고 국회의원에게 종속된 하수인입니다.

2. 압축 인생

L팀장 : 시장 재직 시 아침에 몇 시에 일어나셨나요.

신 : 저는 굳이 분류하면 아침형 인간입니다. 평소에도 일찍 일어나지요. 그런데 시장하면서는 보통 5시에는 일어났어요. 일어나서 아침운동 30분~1시간 하고는 7시부터 일정이 시작되지요. 조찬 간담회를 갖기도 하고 조찬 간담회가 없는 날에는 지역현장을 점검합니다. 그리고 8시 경에 출근하여, 8시 30분에 간부회의를 개최하고 9시 경부터는 주민면담을 실시합니다.

그리고 면담이 끝나면 또 행사장에 참가하지요. 행사 없는 날에는 서울, 대구로 출장을 갑니다. 서울 일정을 마치고나며, 끝나는 대로 또 곧장 사무실로 돌아와 저녁일정을 소화하지요. 저녁 일정 중에는 크고 작은 모임에 참석하고 경조사 부분도 저녁일정의 하나이지요.

이동하는 차 안은 업무 챙기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행사에서 할 스피치도 차 안에서 할 일이지요.

L팀장 : 주말은 더 바쁘다면서요.

신 : 주요행사는 토요일, 일요일에 많이 개최됩니다. 크고 작은 행사장에 참가하고 현장점검도 주말을 주로 이용했습니다. 24시간을 30분 단위로 쪼개서 쓰지요. 압축인생입니다. 그리고 14개 읍, 면, 동에서 수시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과 예산 집행 등을 고독하게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저의 경험으로는 시장 5년6개월이 환경부 23년보다 더욱 복잡했던 압축인생이었던 것 같습니다.

결코 쉽지 아니한 자리입니다. 5,000억 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자리입니다. 1,000여명에 가까운 공무원들의 인사를 관리해야 합니다. 14개 읍, 면, 동 8만 시민의 안위, 행복을 걱정하고 고민하는 자리지요.

L팀장 : 시장하시면서 머리 다 빠졌지요.

신 : 그래도 저는 문경시장자리가 힘들어도 고생스러워도 즐거웠고 행복했습니다. 환경부의 직업 공무원 생활과 시장생활을 화투에 비유한다면 환경부 공무원은 민화투에 해당하고 문경시장은 고스톱에 해당한다고 할까요. 피박 쓸 때도 있지만 그래도 민화투보다는 고스톱이 재미있지요.

3. 교도소 담장을 거니는 자리

L팀장 : 문경시의 1년 예산이 추경까지 합하면 5,000억 원 가까이 되고 직원이 850여 명 이지요.

신 : 그렇습니다. 예산 5,000억 원을 직접 집행하고 공무원 850여 명의 승진, 이동을 총괄하는 엄청난 권한(?)이지요. 과거 관선 때는 직급이 4급 서기관 급이었고 행정안전부에서 제일 잘 나가는 자리였지요.

지역에서는 시장군수를 소위 영감님이라고 칭하고 방석집에서 대접 받았지요. 시장군수 한 번 만나려면 보통 1~2개월 전에 면담신청을 해야 했고, 면담 신청한다고 면담이 허락되는 것도 아니었지요.

그러나 민선이 되면서 상황은 180° 바뀌었지요. 모든 민원인들은 시장군수를 만나려고 하지요. 시장군수 면담신청하면 우선적으로 시민들을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규정 때문에 어렵다고 해도 막무가내 이지요.

“내가 선거 때 도와주었는데...”, “많이 컸구나”, “선거 때보자.” 라고 공공연히 이야기 합니다. 게다가 공무원 인사철이 되면 머리 아프지요. 승진 자리는 한정되어 있는데 온통 난리입니다. 빽이란 빽은 다 동원됩니다. 인사철 되면 우리 집 사람은 집에 일찍 들어와도 아예 전깃불 끄고 있습니다. 집에 있는 줄 알면 온통 사람 못살게 해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결국 한 사람 승진하면 경쟁하던 3사람, 4사람은 불만이지요. 승진 한 번시키고 나면 불평, 불만 하는 사람 생기지요. 아무리 인사를 잘해도 본전이라는 이야기는 그래서 나옵니다.

예산 집행하는 과정에서도 업체 간의 치열한 경쟁이 오가지요. 부탁하는 사람들은 많고, 그 분들의 뜻을 다 받아들일 수도 없지요. 부탁해서 부탁한대로 성사되지 않으면 또 욕하지요. 섭섭하다고 합니다. 그나마 큰 공사는 조달청 입찰로 넘겨서 하니 잡음이 덜 하지요. 디자인 관련 사업 같은 것은 아직도 심사위원들의 심사로 사업자를 결정하지요. 이런 사업들은 정말 살얼음판입니다. 아무리 정확히 규정대로 행해도 결과가 나쁘면 투서하고 사정 기관에 비리가 있다고 고발합니다.

K도지사께서 지방자치 수장들을 “교도소 담장 위를 걸어가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한 것은 그만큼 위험한 자리란 뜻이지요. 담장 위를 거닐다가 실족하는 날이면 교도소 안으로 떨어진다는 이야기지요. 실제로 1995년부터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이래도 수많은 시장군수들이 비리에 연루되어 처벌을 받았지요.



문경매일신문 (shms2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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