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시의회, ‘풀밭 방치’ 관광용 테마열차 사태....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추진

문경시의회(의장 이정걸)가 최근 지역사회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는 ‘문경 관광용 테마열차 무단 방치 사태’와 관련해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를 공식 추진한다고 13일 밝혔다.
시의회는 오는 제288회 임시회에서 안건을 상정해 사업 전반에 대한 외부감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이번 청구는 기획 단계부터 업체 선정, 시공·검수, 하자 처리 과정 전반에서의 문제점을 정밀 점검하고, 법적·행정적 책임을 가리기 위한 조치다.
이정걸 의장은 “시민의 세금이 투입된 사업인 만큼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가 최우선”이라며 “행정의 신뢰 회복과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끝까지 파헤치겠다”고 밝혔다.
◇ 사업의 시작은 ‘관광활성화’… 그러나 첫 운행도 못한 채 멈춰 선 열차
문경시는 관광 인프라 확충의 일환으로 약 37억 원의 시비를 투입해 48인승 규모의 소형 관광용 테마열차(기관차 4량, 배터리차 4량, 객차 24량)를 도입했다. 열차는 배터리 충전 방식으로, 과거 폐선로인 가은역–구랑리 구간(약 12~13km)을 활용해 관광객에게 색다른 체험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지난해 12월, 사업자는 납품을 완료하고 문경시는 ‘하자 없음’ 판정으로 검수를 통과시켜 대금 전액을 지급했다. 올해 3월 19일에는 가은역에서 열차 도입 기념행사를 열어 기대감이 고조됐다. 그러나 기념행사를 마친 직후부터 브레이크와 동력 시스템 결함 등 각종 문제가 드러나면서 단 한 번의 정식 운행도 못한 채 열차가 멈춰 섰다.

이후 시는 “업체 측에서 수리 중”이라는 입장을 밝혀왔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해명은 시민들의 신뢰를 잃었다. 열차 객차 일부가 상주시 무양동 인근 공터(한전 상주지사 부근)에 비닐천막만 씌워진 채 10개월 가까이 방치되어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진과 영상이 SNS와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면서 “세금으로 산 열차를 풀밭에 방치했다”는 여론이 급격히 확산됐다.
◇ 감사 청구 추진 배경… 계획부터 검수까지 전 과정이 도마에
이번 감사 청구는 단순히 ‘보관 장소 논란’에 그치지 않는다. 시의회는 사업의 기획 단계, 업체 선정의 공정성, 검수와 대금 지급의 적정성, 그리고 하자 처리 대응까지 전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와 관리 부실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납품 당시 하자가 없다고 판정한 근거와 검수 절차, 기술 기준 충족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금이 이미 전액 지급된 상태에서 결함이 드러난 만큼, 손해배상이나 보증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도 감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 “차라리 놀이터에 두지…” 현장과 시민의 목소리
방치 현장을 직접 찾아가 본 인근 주민 김모(62) 씨는 “몇 달째 비닐천막만 덮여 있어 뭔가 했더니 관광열차더라”며 “차라리 마을 어린이 놀이터에 두는 게 낫겠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문경시 점촌의 한 상인 이모(55) 씨는 “이 사업 덕에 관광객이 늘 거라는 말만 들었지, 실제로는 열차가 한 번도 안 다녔다”며 “세금이 들어간 사업이라면 그만큼 철저히 관리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은역 인근의 박모(40) 씨는 “가은역 열차길이 살아나면 주말마다 공연이나 체험행사도 열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방치 사진을 보고 정말 허탈했다”며 “행정이 시민 신뢰를 잃으면 이런 문화관광 사업은 뿌리부터 흔들린다”고 말했다.
◇ 시의회 “감사 청구 후 조사 협조 적극 나설 것”… 시는 “연내 수리 완료” 입장

시의회는 제288회 임시회에서 안건을 처리한 뒤 곧바로 감사원에 공익감사 청구서를 접수할 예정이다. 지방의회는 ‘공익감사청구 처리규정’에 따라 단독으로 감사 청구가 가능하며, 감사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관계 서류 제출 요구와 현장 조사, 관계자 조사 등이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시 관계자는 “현재 제작사와 협의 중이며, 연내 하자 보수를 마무리하고 내년 1월 시운전, 2월 정식 운행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보관 장소 문제는 관리 부주의 측면이 있었던 만큼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사회에서는 이미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문경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감사 결과와 별개로 시의회 차원의 행정사무조사특위 구성도 필요하다”며 “이번 사건은 단순한 시설물 방치가 아니라 행정 시스템 전반에 대한 경고등”이라고 지적했다.
◇ “책임 소재 명확히 하고 신뢰 회복해야”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하자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투명성과 책임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시민의 세금으로 추진된 사업이 기획 단계부터 허술하게 진행되고, 문제가 드러난 후에도 명확한 설명과 조치가 지연되면서 행정 신뢰에 금이 갔다.
문경시의회는 “감사 청구는 시작일 뿐”이라며 후속 제도 개선과 재발 방지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지역 상인은 “이제라도 제대로 따져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고, 사업은 처음 취지대로 시민을 위해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문경매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