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동정

문경 출신 시인·화가 엄재국 작가, 서울 금보성아트센터 초대전

이민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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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덴스 아트(Ludens Art)’… 조각·사진으로 고정관념을 흔드는 예술 놀이
문경 출신 시인·화가 엄재국 작가, 서울 금보성아트센터 초대전
문경 출신 시인·화가 엄재국 작가, 서울 금보성아트센터 초대전

문경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인이자 화가인 엄재국 작가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금보성아트센터에서 또 한 번 초대전을 열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열 번째 개인전으로 엄재국 초대전-Ludens Art(루덴스 아트)’라는 주제로 15일부터 29일까지 금보성아트센터에서 개최되며, 기존 회화 중심의 표현을 넘어 조각과 사진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엄재국 작가가 제시하는 루덴스 아트는 네덜란드 문화사학자 요한 하위징아가 말한 놀이하는 인간(Homo Ludens)’의 개념처럼 예술을 정해진 형식이나 해석 안에 가두지 않고, 자유로운 사고와 상상의 놀이로 확장하는 작업이다.

 

작가는 사물의 본래 모습 자체를 바꾸기보다 우리가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과 이름 붙이는 습관, 익숙해진 인식 체계를 흔드는 것에 주목한다. 

〈긴 점, 짧은 선〉(91×117, 캔버스에 아크릴)

대표 작품 〈긴 점, 짧은 선〉(91×117, 캔버스에 아크릴)은 이러한 작가 정신을 잘 보여준다. 점과 선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조형 요소를 통해 작가는 점은 점이고 선은 선이라는 당연한 믿음에 질문을 던진다.

 

점을 짧은 선이라 부르고, 선을 긴 점이라고 부르는 순간 우리가 절대적이라고 믿었던 개념은 흔들린다. 점과 선이라는 이름 역시 변하지 않는 진리가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 낸 약속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엄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작품은 형태를 보여주는 대상이 아니라,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는 순간 그 자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루덴스 아트는 이처럼 언어와 사고의 놀이를 통해 고정된 생각의 틀을 깨고 새로운 사유의 가능성을 열어가는 예술이다.

 

사진 작품 〈바퀴벌레 1~2(51×61, 사진) 역시 인간 중심적 사고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혐오와 불쾌함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바퀴벌레를 전면에 등장시켜 인간이 만든 가치 판단과 생명에 대한 위계를 되돌아보게 한다. 인간 사회에서 거대한 사건이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들도 다른 생명의 시선에서는 단지 하나의 풍경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바퀴벌레 1~2(51×61, 사진)

바퀴벌레는 단순한 곤충이 아니라 인간의 편견과 기준을 비춰주는 거울이며, 작품은 인간·권력·이념·생명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장치가 된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조각과 사진 작품들은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대상들을 만나게 하고,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엄 작가에게 예술은 완성된 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만들고, 관객과 함께 생각하며 노는 과정이다.

 

엄재국 작가는 2001년 《현대시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정비공장 장미꽃』, 『나비의 방』 등을 발표했다. 이후 문학적 상상력을 회화와 설치, 사진, 조각 영역으로 확장하며 시와 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엄재국 작가는 루덴스 아트는 낯선 만남과 놀이를 통해 우리가 너무 쉽게 믿어온 현실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예술이라며 이번 전시가 관객들에게 사물을 새롭게 생각하고 자유롭게 상상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경이라는 지역적 기반에서 출발해 문학과 현대미술의 경계를 허물어 온 엄재국 작가의 이번 초대전은 지역 예술가가 자신만의 철학과 실험정신으로 중앙 무대에서 인정받는 의미 있는 전시로 평가된다.

 

 

문경매일신문

이민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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