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가면 언제 오나.....” 점촌상여소리 속 모전들소리 공개

점촌상여소리의 구성진 가락이 문경새재 옛길박물관 잔디광장에 울려 퍼지며, 전통 농요의 깊은 울림이 봄날의 공기를 가득 채웠다. 상여를 메고 망자를 떠나보내던 공동체의 슬픔과 위로가 담긴 소리는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고,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자리했다.
지난 18일 열린 문경 모전들소리 공개행사 및 제12회 정기공연은 이처럼 점촌상여소리 시연으로 막을 올린 뒤, 모전들소리의 전 과정을 한 편의 살아있는 농경 서사처럼 풀어냈다. 모전들소리는 단순한 노동요를 넘어, 한 해 농사의 시작과 끝을 함께해 온 삶의 기록이자 공동체의 기억이다.
공연은 논을 일구는 첫 단계인 ‘논갈이 소리’로 이어졌다. 소를 몰아 땅을 뒤집으며 부르는 힘찬 가락에는 풍년을 기원하는 간절함이 담겼다. 이어 ‘써레질 소리’에서는 고른 논바닥을 만들기 위한 섬세한 손길과 호흡이 리듬으로 표현됐고, ‘모찌기 소리’와 ‘모심기 소리’에서는 여럿이 함께 호흡을 맞추며 일하는 공동체의 협동 정신이 생생하게 드러났다.

특히 모를 한 줄 한 줄 심어 나가며 부르는 소리는 단순한 작업의 리듬을 넘어, 서로를 격려하고 고단함을 덜어내는 정서적 장치로 기능했다. 이어지는 ‘논매기 소리’에서는 여름철 고된 김매기 작업 속에서도 흥을 잃지 않으려는 선조들의 삶의 태도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마지막으로 ‘타작 소리’와 ‘풍년 기원 소리’에 이르러 공연은 절정을 맞았다. 곡식을 거두는 기쁨과 한 해의 결실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의 환희가 흥겨운 장단과 어우러지며 현장을 하나로 묶었다. 관람객들 또한 박수와 어깨춤으로 화답하며 전통의 흥을 함께 나눴다.
이날 공연에는 인천 무형유산 ‘강화용두레질소리’와 경상북도 무형유산 ‘포항 흥해농요’ 초청공연도 더해져 지역을 넘어선 전통 농요의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였다. 서로 다른 지역의 소리가 어우러지며 우리 농경문화의 공통된 정서와 다양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무대가 펼쳐졌다.

이화섭 보존회장은 “점촌상여소리를 시작으로 모전들소리 전 과정을 선보인 이번 공연은 우리 전통 소리의 가치와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는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전승 활동과 공연을 통해 지역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과 자긍심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문경 모전들소리보존회는 금명효 이수자를 비롯한 5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며, 전통 농요의 원형을 지키는 동시에 현대적 감각을 더한 다양한 공연을 통해 무형유산의 계승과 확산에 힘쓰고 있다.
문경매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