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문화

‘고녕가야(古寧伽倻)’ 역사전쟁 승병장으로 나선 지정스님

이민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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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녕가야선양회, 제8회 학술회 개최… 외면된 가야사의 복원을 향한 절규
‘고녕가야(古寧伽倻)’ 역사전쟁 승병장으로 나선 지정스님
‘고녕가야(古寧伽倻)’ 역사전쟁 승병장으로 나선 지정스님

한국사학계(김태식·이영식·박천수)삼국사기’ ‘삼국유사’ ‘고려사’ ‘조선왕조실록등에 분명히 기록된 함창고녕가야의 역사를 왜 부정하는가? 그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라. 또한 같은 기준으로 일본서기에 등장하는 다라국·기문국·탁국을 한국의 합천가야·남원가야·대구로 비정하는 이유도 합리적으로 밝히기 바란다. 한국사학계는 학자로서의 명예와 자존심을 걸고 이 두 가지 요구에 답해야 한다.”

 

15일 문경문화원에서 열린 8회 함창고녕가야 역사복원을 위한 학술회에서, 행사 주관자인 문경 봉천사 지정스님이 발표 도중 힘주어 낭독한 포고문이다. 스님의 목소리는 단순한 주장이나 요청이 아니라, 역사전쟁의 최전선에 선 승병장(僧兵將)의 결기와 의지가 담겨 있었다. 

‘고녕가야(古寧伽倻)’ 역사전쟁 승병장으로 나선 지정스님
‘고녕가야(古寧伽倻)’ 역사전쟁 승병장으로 나선 지정스님

지난 10여 년 동안 지정스님은 함창을 중심으로 문경·상주·예천·안동 등 낙동강 유역 곳곳의 가야 고분과 유적을 직접 답사하며 실존하는 고녕가야의 흔적을 수집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과 달리, 국내 학계는 오랫동안 고녕가야의 존재 자체를 외면하거나 적극적인 연구를 회피해 왔다. 스님의 외침은 바로 이 모순 앞에서 나온 절규였다.

 

그는 사비를 들여 지금까지 일곱 차례의 학술대회를 열었고, 국사편찬위원회·한국학중앙연구원·진단학회·국립중앙박물관·한국고대사학회·가야사학회 등 관련 기관과 학자들을 수차례 찾아가 고녕가야의 실존 기록을 정사(正史)에 반영해 달라고 꾸준히 요청해 왔다. 관련 지자체에도 유적 발굴과 보존, 현창사업 추진을 건의하며 시위까지 이어났다. 

‘고녕가야(古寧伽倻)’ 역사전쟁 승병장으로 나선 지정스님
‘고녕가야(古寧伽倻)’ 역사전쟁 승병장으로 나선 지정스님

이 같은 노력 끝에 일부 학자들의 입장 변화도 있었다고 이날 스님은 공개했다. 이영식 인제대 교수는 고녕가야를 부정한 적도, 연구한 적도 없다”, 이근우 부경대 교수는 교수라고 해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그 부분은 스님께서 계속 연구해 달라”, 박천수 경북대 교수는 나도 고녕가야를 부인하지 않는다. 이제는 상주시에서 발굴을 지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반응도 이어졌다. 조유전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함창 고녕가야는 사학계가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허흥식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고녕가야를 부정하는 것은 한국사를 부정하는 행위다. 스님께서 힘을 내라. 제도권은 쉽게 나서기 어렵다”, 채상식 전 부산대 교수는 스님의 이론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감정을 배제하고 차분히 진행하라”,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KBS 이사장는 함창에 이런 역사가 있는 줄 미처 몰랐다”, 신형원 강원대 교수는 스님은 역사학자 10명 몫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고녕가야(古寧伽倻)’ 역사전쟁 승병장으로 나선 지정스님
‘고녕가야(古寧伽倻)’ 역사전쟁 승병장으로 나선 지정스님

이날 학술회는 문경상주함창고녕가야선양회(대표 지정스님)가 주최·주관하고, 문경 봉천사가 협찬했다. 지정스님의 삼강·원산성과 함창고녕가야의 연관성발표를 비롯해, 이완영 대한사랑학술위원: ‘진경대사탑비 비문 변조와 가야·임나 논쟁’, 이하우 반구대연구소장: ‘상주 물량리 암각화 고찰’, 장성규 양산역사문화진흥원장: ‘양산의 역사 정체성—가야문화와 신라문화의 융합등의 주제 발표가 진행됐다.

 

각 주제 발표에 이어서 여태동 전 불교신문 편집국장, 도명 부산 범어사박물관 부관장, 장장식 전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원 등이 논평을 통해 문헌과 고고학 자료의 해석을 중심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시했다. 

‘고녕가야(古寧伽倻)’ 역사전쟁 승병장으로 나선 지정스님
‘고녕가야(古寧伽倻)’ 역사전쟁 승병장으로 나선 지정스님

지정스님은 지난 10여 년 동안 7차례의 학술대회를 통해 고녕가야사의 실체를 밝혀왔다, “함창고녕가야의 실존이 확인되면 왜곡돼 온 한국 고대사 전체를 다시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 한국사학계가 여전히 식민사학적 시각을 답습하며 연구를 막고 있다더 이상 이런 왜곡을 방치할 수 없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함창 고녕가야는 함창을 중심으로 문경·상주 일대를 아우른 고대 가야국으로, 지역에는 많은 고분과 유적이 남아 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식민사학의 영향으로 연구가 미진했고, 존재 자체가 축소·왜곡되어 왔다. 

‘고녕가야(古寧伽倻)’ 역사전쟁 승병장으로 나선 지정스님
‘고녕가야(古寧伽倻)’ 역사전쟁 승병장으로 나선 지정스님

문경상주함창고녕가야선양회는 바로 이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고, 일제의 임나일본부설 등 잘못된 식민사학 이론을 바로잡기 위해 지정스님이 설립한 단체다. 스님은 고녕가야의 복원은 문경과 상주, 나아가 한국 고대사 전체의 복원을 의미한다며 앞으로도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문경매일신문

이민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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