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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엄재국 작가, 미국 뉴욕에서 초대전
인물동정

문경 엄재국 작가, 미국 뉴욕에서 초대전

이민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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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한국현대미술 미술관 프로젝트’ 상반기 대표작가 선정으로 영광 얻어
문경 엄재국 작가, 미국 뉴욕에서 초대전

물감을 입에 머금고 캔버스에 뿌려 우주를 그리고, 색대로 화면을 찔러 노동을 이야기하고, 실로폰을 캔버스에 삽입해 노래하는 기법 등 기존 회화의 질서와 흐름을 해체해온 엄재국 화가가 미국 뉴욕 케이트 오(Kate Oh) 갤러리 초청으로 오는 31일부터 96일까지 세계무대에 선다.

 

화가들이 소중하게 다루며, 훼손되는 것에 질색하는 완성된 회화를, 딱지로 접어 놀게 하고, 필요한 만큼을 잘라 살 수 있게 하며, 정숙을 요하는 전시장의 기존 분위기에 공을 차며 관람할 수 있게 해 온 그의 시도는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무너지게 했고, 예술은 놀이라는 개념을 작품과 전시로 주장해 왔다.

 

2021년 첫 전시회를 열기에 앞서 자신이 운영하는 웨딩홀 지하에 작업실을 갖추고, 뻣뻣하고 날카로운 철조망을 자르고, 감으며 미술세계로 들어선 엄재국 작가는 여섯 번의 개인전 동안 이와 같은 파격적인 미술세계로 접근해 단번에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작가 130여 명이 참여 중인 ‘STO.한국현대미술 미술관 프로젝트’ 6개 도시 미술관 순회 전시회에서 최종 대표 작가로 선정된데 따른 것이다.

 

엄 작가는 2001년 시인으로 등단한 후, 홍익대학교 대학원 회화과에서 조형예술을 전공하며 회화, 도예, 설치, 퍼포먼스를 넘나드는 다매체 장르로 작업 영역을 확장해왔다. 그의 예술은 개념과 실천, 시와 형상,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방식으로 전개되며, 무엇보다도 몸과 생활 속에서 나오는 개념을 한국형 현대미술의 본질로 규정한다.

 

엄재국 작가는 내 작업은 개념미술이라 불릴 수 있지만, 그것은 서구적 개념이 아니라 내 삶에서 흘러나온 것이라며 생활 속 언어와 이미지가 결합한 예술, 그것이야말로 진짜 한국 현대미술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김구림, 백남준, 이강소로 이어지는 한국 행위미술의 계보에 그를 새롭게 자리하게 하며, 동시에 놀이시적 언어로 미술을 재해석하는 고유의 방식으로 계보를 확장하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금보성아트센터 금보성 관장은 엄재국 작가는 철학과 감각, 동양성과 현대성이 정제된 방식으로 결합된 보기 드문 작가라며 이번 전시는 단순한 소개가 아니라, 한국 현대미술의 가능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며 이미지의 유사성에서 머물지 않고 결이 다르며 한국적 개념이 담겨있다고 평가했다.

 

이 전시는 단순히 한국 작가의 해외 진출이라는 물리적 성과를 넘는 것으로, 한국형 현대미술의 개념적 토대를 구축하고, 그것을 세계 미술계에 명확히 제시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한국 현대미술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엄재국은 이번 전시를 통해 하나의 선명한 답을 내게 될 전망이다.

 

금보성 관장은 뉴욕에서 시작하는 엄재국 작가의 이 울림은 워싱턴으로, 내년에는 독일과 중국으로 이어질 예정이라며, “예술은 길이 없을 때 길을 만든다. 엄재국은 지금, 그 길 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문경매일신문

이민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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