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금천문화연구소, ‘문경 금천의 누대정’ 발간

문경 금천(錦川)유역 곳곳에 흩어져 있던 누대정(樓臺亭) 유산을 정리한 ‘문경 금천의 누대정’이 최근 민간에 의해 발간됐다. 금천은 문경서부의 영강과 함께 문경동부를 흐르는 양대 하천으로, 낙동강의 중요 지류이면서, 낙동강, 내성천과 만나는 곳에서 ‘삼강’을 이루고 있다.
이번 조사·집필에는 손기락, 황재연, 이정식, 황진호 등이 참여했으며, 이들은 동로·산북·산양·영순 전역에 남아 있는 누정의 실태를 직접 탐방하고, 각 문중과 후손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구전·문헌 자료를 대조해 목록을 완성했다. 그동안 일부 기록만 전해져 전체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웠던 금천유역 누정 문화가 이번 발간을 계기로 비로소 하나의 맥을 이루게 됐다.
□ 백두대간 품은 문경…“자연·철학·수양의 공간이었던 누정”
책 머리글을 쓴 황재연 금천문화연구소장은 문경의 누정 문화를 ‘인문학의 정수’라 정의했다. 사시사철 맑은 산천을 배경으로 자리 잡은 문경의 누대정은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마음을 닦고 학문을 익히며, 때로는 인재를 교육하던 정신문화의 장(場)이었다.
황 소장은 “100세 시대를 사는 오늘, 문경 선비들이 추구했던 삶의 방식은 깊은 철학과 심신 수양을 우선한 삶이었다”며 “문경 누정은 인간이 가장 본질적으로 원하는 평화·조화·자유의 공간이자, 종교·문학·성리학을 아우르던 인문학의 무대였다”고 설명했다.
□ 금천·산북 일대 120여 누정 기록…문중 후손 증언까지 더해 현실감 높여

이번 조사에는 지역별 누대정이 상세히 수록됐다. 동로면에는 무송대, 송석정, 석계정, 연산정 등 10여 곳이, 산북면에는 화계정, 산수정, 계은정, 주암정, 정호정, 암계정, 청류정 등 다수의 누정이 기록됐다.
산양면과 영순면 또한 부벽정, 간송정, 북파정, 농청정, 소수정, 백석정 등 다양한 문중·마을 단위 누정이 실려 지역 문화권의 폭넓은 분포를 보여준다.
특히 이번 조사에는 각 누정의 주인 문중, 현 위치, 건립 주체, 일부는 철거 여부까지 기재해 연구 자료로서의 완성도를 높였다. 문중 후손들의 구술, 보첩 자료, 현장 사진 등도 더해져 역사적 신빙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 금천은 문경 동부 문화 중심지…“선현들의 발자취 재조명하는 계기”
황재연 소장은 발간사에서 금천의 역사적 위상을 강조했다. 금천은 문경 동부권의 모천(母川) 역할을 해 온 곳으로, 산북·산양·동로·영순 지역의 학문과 문화의 중심지였다.
황 소장은 “우리 문경 동부권 문화가 이곳에서 발전했고, 수많은 인물과 정기가 흘러나왔다”며 “지역 선현들이 남긴 누대정의 아름다움을 기록으로 남겨 후학에게 전하는 일은 지역 문화의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 “지역 문화사 복원은 지금이 기회…더 많은 조사가 필요하다”

집필진은 이번 조사에서 다루지 못한 누정도 적지 않아, 앞으로의 추가 조사와 문헌 정리가 지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누정의 훼손, 관리 부재를 방지하기 위해 지자체·문중·마을 공동체가 함께 보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금천문화연구소는 이번 자료가 문경 동부권 누정 문화 연구의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금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참여가 더해질 때 지역 정신문화가 온전히 보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경매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