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피지컬 인공지능(Physical AI) 시대」: Ⅰ. 피지컬 인공지능 시대의 개막

문경매일신문
입력
1) 디지털 AI에서 피지컬 AI로 ― AI는 왜 현실 세계로 나오는가?
지홍기 | 영남대학교 명예교수, 전)국가녹색성장위원회 위원, 전)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 회장
1) 디지털 AI에서 피지컬 AI로 ― AI는 왜 현실 세계로 나오는가? 인포그래픽

화면 속에 머물던 인공지능의 시대
그동안 우리가 경험해 온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은 대부분 화면 속 존재였다. 검색창에서 답을 찾아주고, 문서를 요약하며, 사진과 영상을 분류하는 디지털 인공지능(Digital AI)이 그것이다. AI는 방대한 데이터(Data)를 빠르게 분석하고 예측하는 데 뛰어났지만, 현실 세계에서 직접 움직이거나 환경을 바꾸지는 못했다. 판단은 했지만 행동하지는 않았다. 인간의 두뇌를 돕는 조력자였을 뿐, 손과 발의 역할까지 맡지는 않았다. 그러나 사회가 복잡해지고 위기가 일상화되면서, 생각만 하는 인공지능으로는 한계가 분명해졌다.

 

현실 세계가 요구한 새로운 인공지능
기후 변화, 고령화, 노동력 부족, 대형 재난과 안전 문제는 모두 즉각적 대응을 요구한다. 상황을 분석한 뒤 사람의 지시를 기다리는 방식으로는 늦다. 도로 위의 위험, 농작물의 이상, 하천 수위의 급변, 시설물의 노후화는 순간적인 판단과 행동을 필요로 한다. 이 지점에서 인공지능은 가상공간(Virtual Space)을 떠나 물리적 공간(Physical Space)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분석하는 AI에서 행동하는 AI로의 이동, 이것이 피지컬 인공지능(Physical AI)이 등장한 근본적인 배경이다.

 

피지컬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
피지컬 인공지능은 센서(Sensor), 로봇(Robot), 기계 장치와 결합해 현실 세계를 직접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해 행동하는 인공지능을 의미한다. 온도, 습도, 진동, 위치와 같은 물리적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행동을 결정한다. 자율주행차(Self-driving Car)는 스스로 도로 상황을 판단해 운전하고, 스마트 공장의 로봇은 생산 상태를 보며 작업 순서를 바꾼다. 디지털 AI가 머리였다면, 피지컬 AI는 머리와 몸을 동시에 갖춘 존재라 할 수 있다.

 

기술 성숙이 만든 전환점
피지컬 AI가 가능해진 데에는 기술적 조건의 성숙이 있다.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현실 세계의 변화가 실시간 데이터로 수집되고, 엣지 컴퓨팅(Edge Computing)을 통해 판단이 현장에서 즉시 이루어진다. 과거처럼 중앙 서버(Server)에 모든 결정을 맡기지 않아도 된다. 또한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을 통해 AI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현실 환경에 적응한다. 기술은 더 이상 실험 단계가 아니라 일상에 적용될 준비를 마쳤다.

 

문경에서 바라본 피지컬 AI의 징후
문경에서도 피지컬 AI의 씨앗은 이미 싹트고 있다. 농업 분야에서는 기상 데이터와 토양 센서를 활용해 사과 과원의 물 관리와 병해 예측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실제 농작업 방식의 변화를 예고한다. 행정 영역에서는 교통, 환경, 안전 데이터를 통합해 현장 대응 속도를 높이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관광 분야에서도 방문객 흐름과 이동 데이터를 분석해 주차, 안내, 안전 관리를 자동으로 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눈에 띄는 로봇이 없더라도, 데이터가 곧 행동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이미 형성되고 있다.

 

편리함과 불안이 동시에 다가오다.
피지컬 AI는 분명 효율과 안전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불안을 동반한다. 인간의 지시 없이 움직이는 AI가 사고를 일으켰을 때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질문이 따라온다. 판단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인간의 통제는 어디까지 유지되는가도 중요한 쟁점이다. 따라서 피지컬 AI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의 문제다. 지역 공동체의 이해와 준비 없이 도입되는 기술은 신뢰를 얻기 어렵다.

 

문명 전환의 문턱에서 던지는 질문
디지털 AI가 인간의 사고를 확장했다면, 피지컬 AI는 인간의 역할 자체를 재정의한다. 무엇을 기계에게 맡기고, 무엇을 인간이 끝까지 책임질 것인가가 핵심이다. 기술은 이미 현실 세계로 나왔다. 이제 남은 것은 선택과 준비다. 이 연재는 피지컬 인공지능 시대를 두려움이나 환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문경이라는 생활 공간 속에서 차분히 이해하고 대응하기 위한 기록이다. 생각하는 AI를 넘어 움직이고 결정하는 AI의 시대, 그 문턱에 우리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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