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원 칼럼] 문경 건설경기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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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년 동안 문경시 SOC 관련 공사 발주 흐름을 보면 새재케이블카, 단산터널, 영강체육공원 실내테니스장, 가은 꼬마열차 사업 등 대형 공사 위주로 집중돼 왔다.
이 같은 사업들은 지역 중소 건설업체가 직접 수주하기에는 규모와 조건 면에서 부담이 큰 공사들이다. 그 결과 지역 전문건설업체들은 일감 수주 절벽에 내몰렸고,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 지역 일감이 줄어들면서 건설 관련 인력들도 구미나 대구 등 대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있다.
문경시가 발주한 공사 가운데 실제 현장에서 활발히 진행되는 사업장도 많지 않아 보인다. 기존 발주 공사라도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지역 경기 회복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발주 이후 중지되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그 이유를 알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상 봄철이면 주민숙원사업 등이 문경시와 각 읍면동별로 발주되면서 지역 단종 건설업체들이 한 해 공사 수주를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일감이 크게 줄면서 건설 관련 업종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자재, 설계, 레미콘, 아스콘, 철강 등 연관 업체들도 줄줄이 경영난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이다.
농민과 축산농가에 대한 지원은 해마다 수십억 원 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물론 농축산업 지원은 지역경제와 식량산업 유지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건설 관련 업체와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다. 건설업과 자영업은 개인 영리사업이라는 이유로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현 시장 임기 중 신규 지방도 개설공사가 눈에 띄게 추진된 사례도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부운령 호계~마성 구간이나 가은 저음에서 안불정으로 이어지는 지방도로가 개설된다면, 도로 주변의 민간 시설 투자와 건축이 뒤따르며 지역 건설경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대형 공사 위주의 예산 투자가 계속되면서 지역 건설업 종사자들은 외면 받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문경에서 공사 인부를 구하기 어려운 현상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예전에는 아침이면 인력사무소 앞에 일자리를 찾는 인부들이 줄을 섰지만, 지금은 한산한 모습이다. 일감이 줄어들자 인력들이 외지로 빠져나가고, 지역 안에서 다시 공사를 추진하려 해도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문경시 산업 구조에서 자영업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적지 않다. 그럼에도 각종 축제나 단체 지원에는 수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지만, 자영업자에 대한 직접적이고 체감 가능한 지원은 부족했다. 농축산업 지원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반면, 자영업 지원은 금기시되는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지역 소멸은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다.
정치는 결국 예산의 균형 있는 집행이다.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가 정치의 본질이다. 권력자의 취향에 따라 사업이 선정되고 예산이 집행된다면 지역경제에는 왜곡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 사이 문경의 예산 집행 과정에 그런 왜곡은 없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인구소멸 위기를 단순히 생활인구 유지라는 말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 지역 안에서 실제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버틸 수 있어야 도시가 유지된다. 건설업과 자영업이 무너지면 지역경제의 뿌리도 함께 흔들린다.
문경 시민 가운데 지원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모두가 어려운 시기이고, 지원금을 준다면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포퓰리즘에 매몰되기보다 직종별 현실을 세심하게 살피고, 고유가·고물가 시대에 특히 위험에 노출된 자영업과 지역 건설업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자영업자와 지역 건설업 종사자들은 그동안 성실히 세금을 납부하며 지역경제를 지탱해 온 사람들이다. 지금의 위기가 앞으로 문경의 장래를 결정할 수 있다. 지역 정치권은 이들의 어려움을 더 세심하게 살피고, 균형 잡힌 예산 집행과 특단의 지원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문경매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