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1002억 성과’와 ‘문경·상주의 빈칸’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이 2026년도 정부 예산에서 ‘경북 20대 핵심사업 1002억 원’을 확보했다고 4일 밝혔다. 그러나 그 화려한 숫자 뒤에 숨겨진 불편한 사실이 있다. 바로 문경과 상주가 그 1002억 원 중 단 3억 원만 포함됐다는 점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지역구 국회의원인 임이자 의원이 공개한 ‘2026년 상주·문경 예산 확보 현황’ 자료를 보면 정부안 및 국회 심의에서 문경·상주 관련 국비가 10여 개 사업에 걸쳐 실제로 반영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1002억 원 성과에는 포항-영덕고속도로, 철강산업 AI 실증, 구미-군위 신공항 고속도로, 경주 미래차 기술기반, 영덕 산림에너지, 울진 재해위험 개선 등이 화려하게 나열돼 있지만, 문경과 상주라는 이름은 단 한 줄에 불과하다. 금액도 미미하다. 여당이 강조한 “경북 전역”이라는 표현은, 문경과 상주 앞에서는 사실상 효력을 잃는다.
임이자 의원이 이날 공개한 ‘문경·상주 2026년 국비 확보 주요 사업’은 문경역세권–국도3호선 연결도로 개설 50억, 일반철도건설(문경–김천) 30억(국회 추가), 수리시설 개보수(점촌 저수지 등) 10억, 지역 연결도로(단산터널) 개설용역 48억, 문경 폐광지역 관광자원화 사업 60억, 신재생에너지 융복합지원사업 22억, IoT 계측장비 및 광장정비 재난 대응 3억, 문경 약돌한우 브랜드 육성사업 6억, 문경 노후 하수관로 정비 6억, 문경AI 통합바이오가속기 설비 3억 원등 총수백억 원 규모의 문경·상주 예산이 실제로 반영되어 있음에도, 민주당의 ‘경북 20대 핵심사업’에는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즉, 문경과 상주의 국비 성과는 여당이 아닌 개별 지역구 의원의 노력으로 확보된 것이며, 민주당 도당의 ‘성과 리스트’에서는 배제된 것이다.
문경·상주는 민주당 원외 지역이다. 경북에서 민주당 지지 기반이 가장 약한 지역이기도 하다. 이 지역이 여당의 ‘성과 발표 리스트’에서 빠진 것은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평가도 나온다. “표가 안 되는 지역을 예산 성과 발표에서 굳이 챙길 이유가 없다는 것 아니냐.”
민주당 경북도당이 강조하는 ‘경북의 균형발전’이라는 메시지와 달리, 정작 원외 지역은 지도 밖 취급을 받은 셈이다.
예산정치는 단순히 숫자의 규모가 아니라 누가 포함되었고 누가 빠졌는가가 핵심이다. 문경·상주처럼 지방소멸 위험이 높은 지역은 오히려 중앙정치권이 우선적으로 챙겨야 할 곳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도당 성과 발표’에는 없다. 여당의 정치적 관심권에서 벗어나 있다. 이것은 단순한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메시지의 부재다. 문경과 상주가 이번 발표에서 받은 메시지는 분명하다. “여당의 전략에서 당신들은 우선순위가 아니다.”
정치는 말보다 행동으로 평가된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경북 전역 발전을 말하고 싶다면, 문경·상주 같은 원외 지역의 빈칸부터 채우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특정 지역 편중, 원외 지역 배제, 예산 성과의 정치적 선택이 계속된다면, 경북의 균형발전은 앞으로도 요원할 것이다.
문경매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