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홍기 칼럼

「피지컬 인공지능(Physical AI) 시대」Ⅸ. 윤리·법·철학적 쟁점 (83)

문경매일신문
입력
83) AI의 결정은 도덕적인가?
지홍기 | 영남대학교 명예교수, 전)국가녹색성장위원회 위원, 전)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 회장

기술의 판단과 도덕의 간극
피지컬 AI(Physical AI)가 일상과 산업, 군사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한 가지 근본적인 질문이 떠오른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의 결정은 과연 도덕적인가 하는 문제다. 인간은 선택의 순간마다 양심과 가치관, 사회 규범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알고리즘(Algorithm)은 주어진 목표와 데이터에 따라 최적의 답을 계산할 뿐이다. 효율적인 결정이 반드시 윤리적인 결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지점에서 기술과 도덕 사이의 긴장이 시작된다.

 

AI는 옳고 그름을 이해하지 못한다
AI는 방대한 자료를 분석하고 패턴을 찾는 데 탁월하다. 하지만 선과 악, 정의와 불의를 스스로 구별하지는 못한다. 자율무기 시스템(Autonomous Weapon System)이 목표물을 식별해 공격을 결정할 때, 그것은 윤리적 판단이 아니라 확률 계산의 결과일 뿐이다. 의료 분야에서도 진단 보조 AI가 치료 우선순위를 제시할 수는 있어도, 환자의 고통과 존엄까지 고려하지는 못한다. 결국 AI의 결정은 논리적일 수는 있어도 도덕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데이터가 도덕을 왜곡할 가능성
AI의 판단은 학습 데이터(Data)에 크게 의존한다. 만약 입력된 자료가 편향되어 있다면 결과 역시 편향될 수밖에 없다. 범죄 예측 시스템이나 채용 평가 프로그램에서 특정 집단에 불리한 결과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AI가 악의를 가져서가 아니라 인간 사회의 불완전한 자료를 그대로 학습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AI의 도덕성을 논하기 전에, 데이터를 제공하는 인간 사회의 도덕성이 먼저 검증되어야 한다.

 

트롤리 문제와 피지컬 AI
윤리학에서 자주 언급되는 트롤리 문제(Trolley Problem)AI 도덕성 논의의 대표적 사례다. 자율주행차가 불가피한 사고 상황에서 누구를 보호해야 하는지 선택해야 한다면, 그 결정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어린이를 구할 것인지, 더 많은 사람을 보호할 것인지와 같은 문제는 단순한 계산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AI가 내린 결정은 기술적으로는 합리적일지 몰라도, 인간 사회의 보편적 도덕감과 충돌할 수 있다.

피지컬 인공지능 시대 인포그라픽 83-AI의 결정은 도덕적인가
피지컬 인공지능 시대 인포그라픽 83-AI의 결정은 도덕적인가

윤리를 설계할 수 있는가
최근 학계에서는 윤리 알고리즘(Ethical Algorithm)이나 기계 윤리(Machine Ethics)를 연구하며 AI에 도덕 규칙을 부여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도덕은 시대와 문화,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 개념이다. 하나의 고정된 규칙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AI의 윤리적 판단은 개발자와 사회가 미리 설정한 가치 기준의 반영일 뿐이다. 기계 스스로 만들어낸 도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인간 감독의 필수성
그래서 피지컬 AI 시대에는 인간의 최종 감독(Human Oversight)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요한 결정일수록 사람이 개입해 결과를 검토하고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XAI, Explainable AI)이 강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I가 어떤 근거로 결정을 내렸는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다면, 그 결정의 도덕성 역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술은 판단을 돕는 도구이지 양심을 대신할 주체가 될 수 없다.

 

도덕의 최종 주체는 인간
결론적으로 AI 자체가 도덕적인 존재가 될 수는 없다. 도덕은 책임과 의도, 공감 능력을 전제로 하는 인간적 영역이기 때문이다. 피지컬 AI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그것이 내리는 결정의 윤리적 의미는 인간 사회가 해석하고 책임져야 한다. 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판단을 대신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AI의 시대일수록 인간다움이 더욱 중요해진다. 도덕의 최종 보루는 언제나 인간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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