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홍기 칼럼

「피지컬 인공지능(Physical AI) 시대」Ⅷ. 군사·안보와 피지컬 AI

문경매일신문
입력
76) AI 전쟁의 윤리적 한계
지홍기 | 영남대학교 명예교수, 전)국가녹색성장위원회 위원, 전)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 회장

전쟁에 스며든 인공지능의 그림자

인공지능은 이제 산업과 일상의 영역을 넘어 군사 분야 깊숙이 들어와 있다. 피지컬 인공지능(Physical AI)을 탑재한 무인기(drone)와 자율 무기(autonomous weapon)는 전장의 모습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인간 병사가 직접 싸우던 시대에서 기계가 대신 전투를 수행하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할수록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이 수행하는 전쟁은 과연 윤리적으로 정당한가라는 문제다. 편리함과 효율성 뒤에 가려진 도덕적 한계가 이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계가 생사를 결정해도 되는가?

전쟁에서 가장 무거운 판단은 공격과 살상의 결정이다. 지금까지 이 결정은 언제나 인간의 몫이었다. 하지만 자율화된 무기 시스템은 인공지능 알고리즘(algorithm)에 의해 목표를 선택하고 공격 여부를 판단한다. 인간 개입이 최소화될수록 기계가 사실상 생사여탈권을 쥐게 된다. 문제는 인공지능이 도덕적 감각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이다. 기계는 명령과 데이터에 따라 움직일 뿐, 생명의 가치나 전쟁의 비극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AI 전쟁은 근본적인 윤리적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책임의 주체가 사라지는 문제

전통적 전쟁에서는 잘못된 판단에 대한 책임이 분명했다. 명령을 내린 지휘관과 행동한 군인이 책임의 주체였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전투를 수행하면 책임 구조가 모호해진다. 오작동(system malfunction)이나 잘못된 데이터로 무고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프로그램 개발자, 장비 제작자, 명령권자 사이에서 책임은 흩어지고 결국 아무도 완전히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책임 없는 전쟁은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이것이 AI 전쟁이 가진 가장 심각한 도덕적 난제다.

피지컬 인공지능 시대 인포그라픽 76-AI전쟁의 윤리적 한계
피지컬 인공지능 시대 인포그라픽 76-AI전쟁의 윤리적 한계

효율성과 인간성의 충돌

인공지능 전쟁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효율성과 정확성을 강조한다. AI는 피로를 느끼지 않고 감정에 흔들리지 않으며, 복잡한 상황에서도 냉정하게 판단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윤리적 위험이 되기도 한다. 전쟁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한 계산 능력이 아니라 인간적 판단이다. 어린이와 민간인, 비무장 상태의 적을 구분하는 일에는 공감과 양심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이러한 인간적 가치(human value)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효율이 높아질수록 인간성은 오히려 약화될 위험이 존재한다.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윤리 공백

AI 전쟁이 확산되면 국제 인도법(international humanitarian law)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전쟁에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칙이 있지만, 인공지능 무기는 이러한 규범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민간인 보호 원칙이나 비례성의 원칙을 기계가 완벽하게 적용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국제사회에서는 살상 자율 무기(LAWS: Lethal Autonomous Weapons Systems)를 제한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윤리와 법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면, 전쟁의 잔혹성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

 

인간 통제의 필요성과 한계

많은 전문가는 AI 전쟁의 윤리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인간 통제(human control)를 강조한다. 최종 공격 결정만큼은 반드시 사람이 내려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원칙을 지키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전투 속도가 너무 빨라 인간이 개입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국 형식적인 통제만 남고 실질적 결정은 인공지능이 하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 기술 발전과 윤리 원칙 사이의 간극이 커질수록 AI 전쟁의 도덕적 기반은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기술보다 중요한 인간의 선택

AI 전쟁의 윤리적 한계는 결국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다. 어떤 기술을 개발하느냐보다, 그 기술을 어디까지 사용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피지컬 인공지능은 분명 강력한 도구이지만, 전쟁의 비극을 대신 짊어질 수는 없다. 인류는 효율적인 전쟁이 아니라 더 인간적인 평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해도 전쟁의 책임과 도덕적 판단은 인간에게 남아 있어야 한다. AI 전쟁의 시대일수록 인간의 양심과 윤리가 더욱 단단하게 지켜져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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