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지혜

한 장의 지혜. 제3장 철학과 사색. 28) 왜 나만 겪는 고난인가?

문경매일신문
입력
지홍기 칼럼 / 영남대학교 명예교수, 전)국가녹색성장위원회 위원, 전)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 회장
한 장의 지혜. 제3장 철학과 사색. 28) 왜 나만 겪는 고난인가 인포그라픽

고난의 불공평함

인생(人生)은 누구에게나 고난(苦難)을 안긴다. 그러나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왜 나만 이런 시련(試鍊)을 겪어야 하는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 때, 마음은 원망(怨望)으로 물든다. 하지만 자연(自然)을 보면, 그 어떤 존재도 바람과 비를 피하지 않는다. 산은 풍상을 견디며 산이 되고, 강은 거센 바위를 뚫으며 길을 만든다. 고난은 선택받은 사람만의 몫이 아니라, 모든 존재의 성장 조건이다.

 

고난은 나를 비추는 거울

고난은 우리를 무너뜨리기보다, 숨겨진 내면(內面)을 드러낸다. 평온한 날엔 몰랐던 나의 한계, 나의 의지, 나의 신념이 고난을 통해 드러난다. 어려움은 인간의 진짜 얼굴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빛만 있으면 그림자는 드러나지 않듯, 시련은 인간이 스스로를 마주할 수 있는 기회다. 고난은 우리 존재의 구조를 재정비하게 만드는 내면의 건축가다.

 

고난은 깨달음의 문

불교(佛敎)는 고통(苦)이 곧 진리라고 했다. 고통을 피할 때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지만, 정면으로 마주할 때 비로소 깨달음(悟)에 이른다. 고난은 인생의 선생이다. 배움은 학교가 아니라 현실 속에서 일어난다. 우리는 아플 때 사랑을 배우고, 잃을 때 소중함을 깨닫는다. 고난은 깨달음의 문이며, 그 문을 열 때 삶의 깊이가 달라진다.

 

문경의 산이 가르쳐준 인내

문경의 산들은 수백 년의 세월을 견디며 그 자리를 지킨다. 비와 눈, 바람, 얼음을 모두 받아내지만, 결코 불평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고난이 산을 단단히 만든다. 사람도 그렇다. 인내(忍耐)는 단순한 버팀이 아니라, 존재의 뿌리(根)를 깊게 내리는 과정이다. 고난은 우리에게 “흔들리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마음”을 가르친다.

 

‘왜 나인가’에서 ‘그래서 나인가’로

삶의 고통 앞에서 가장 큰 전환은 질문의 전환이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에서 “이 일을 통해 내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What Can I Learn?)”로 바뀔 때, 고난은 더 이상 짐이 아니라 교훈이 된다. 운명은 고통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재해석하는 힘에서 만들어진다. 고난은 뜻을 숨긴 스승이고, 우리를 다른 길로 인도하는 초대장일지 모른다.

 

고난의 공유와 연대

고난을 홀로 감당할 때는 절망이지만, 나누면 위로가 된다. 인간은 공감 속에서 서로의 고통을 덜어준다. 나의 고난이 누군가의 상처를 이해하는 힘으로 바뀌는 순간, 이는 ‘연대의 지혜(Wisdom of Solidarity)’가 된다. 문경의 겨울 강물처럼, 고난은 차갑지만 그 속에서도 생명은 흐른다. 우리는 각자의 고통을 통해 결국 서로 연결된다.

 

고난을 넘어서는 길

삶은 고난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품고 사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고난은 우리를 작게 보이게 하지만, 그 속에서 자라나는 것은 진정한 인간성이다. 별은 어둠 속에서 빛나듯, 인간의 영혼은 시련 속에서 빛난다. 고난은 결핍이 아니라 성장의 자극제다. 그러니 이렇게 말하자. “왜 나에게 이런 고난이 오는가?”가 아니라 “이 고난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가?”—이것이 성숙(成熟)의 물음이다.

 

맺음 말

고난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삶의 일부이며, 결코 나만의 불공평한 짐이 아니다. 자연이 바람과 비를 피하지 않듯, 인간 또한 시련을 통해 성장의 길을 걷는다. 중요한 것은 고난의 존재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있다. 고난은 우리를 무너뜨리기보다 내면을 비추고, 숨겨진 의지와 신념을 드러내는 거울이 된다.

 

또한 고난은 피해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문이다. 고통을 외면할 때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지만, 그것을 마주할 때 삶의 깊이는 더욱 단단해진다. 질문을 “왜 나인가”에서 “이것을 통해 무엇을 배울 것인가”로 바꾸는 순간, 고난은 짐이 아니라 스승이 된다.

 

고난을 함께 나눌 때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연결된다. 그 경험은 공감과 연대로 이어지며, 인간을 더욱 따뜻하게 만든다. 결국 삶은 고난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품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시련 속에서 인간은 더욱 깊어지고, 그 속에서 진정한 성숙과 빛이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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