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지혜. 제3장 철학과 사색. 21) 나는 누구인가?

가장 오래된 질문
“나는 누구인가(Who am I)?” 이 짧은 물음은 인류 사상(思想)의 가장 오래된 질문이다. 수천 년 전의 철학자로부터 오늘의 현대인까지, 이 물음은 여전히 유효하다. 인간(人間)은 스스로를 ‘생각하는 존재(存在, Thinking Being)’로 정의했지만, 정작 ‘나는 누구인가’를 진심으로 묻는 순간, 우리는 혼란과 놀라움 속에 서게 된다. 존재의 근원을 묻는 이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찾기 위한 출발점이다.
이름과 역할을 넘어
많은 사람은 자신을 직업, 가족 관계, 사회적 지위로 규정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나’를 설명하는 외피(外皮)에 불과하다. 이름이나 사회적 정체성은 나를 대신할 수 없다. 그것이 벗겨졌을 때 남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세상이 나에게 준 정의’를 벗기고, 본래의 자아를 향한 내면의 여정이다.
타인 속의 나
인간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나(我)는 타인(他人)과의 관계 속에서 드러난다. 거울을 통해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듯, 관계는 나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다. 그러나 타인의 시선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나는 타인의 기대 속에 갇혀버린다. 참된 나는 독립을 통해서만 발견된다. ‘관계 속의 자아’와 ‘본질로서의 자아(Essential Self)’를 구분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생각하는 나, 느끼는 나
존재의식은 이성과 감성의 균형에서 나온다. 인간은 이성적이면서 동시에 감정적인 존재다. ‘나는 생각한다(나는 코기토, Cogito Ergo Sum)’고 말한 데카르트(Descartes)는 존재의 근거를 사고(思考)에서 찾았지만, 현대 철학은 여기에 ‘느낀다(Feel)’는 감성적 주체를 더한다. 생각만으로는 인간을 완성할 수 없다. 머리로 이해하고, 가슴으로 느낄 때 비로소 ‘나’가 온전해진다.
문경의 산길에서 찾은 자아
나는 문경의 산길을 걸을 때 종종 이 질문을 스스로 던진다. 숲속의 새소리, 바람의 결, 흙 냄새 속에서 느끼는 감각은 ‘나’를 하나의 자연(自然)으로 되돌린다. 그때 깨닫는다. 인간의 자아는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생명의 전체 속에 얽혀 있는 일부라는 것. 나무와 바람, 흙과 별이 서로 연결되어 있듯이, 나 또한 존재의 질서 안에 속한 하나의 조각이다.
흔들림 속의 나
삶은 끊임없이 변한다. 환경이 바뀌고, 관계가 변하며, 생각이 진화한다. 그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 받아들일 때, 우리는 더 넓은 ‘나’를 발견한다. 흔들림은 약함이 아니라 성장의 과정이다. 바람에 흔들리며 자라는 나무처럼, 인간도 변화를 통해 자신을 확장한다. 고정된 자아가 아니라, 변화하는 자아로 존재할 때, 삶은 더 자유롭고 진실해진다.
나를 찾는 여정
결국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정답을 찾는 문제가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 계속 새롭게 써 내려가는 문장이다. 과거의 나, 현재의 나, 그리고 내일의 나는 모두 다르지만, 그 변화 속에서 한 가지가 남는다—‘나로서 살아가려는 의지(Willingness to Be Myself)’. 나를 아는 일은 세상을 아는 일과 같고, 그 깨달음은 삶을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든다. 스스로에게 오늘도 묻자. “나는 누구로 살아가고 있는가?”
맺음 말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은 단순한 철학적 질문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찾기 위한 근원적 출발점이다. 우리는 흔히 이름과 직업, 관계 속에서 자신을 정의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외적인 틀일 뿐 진정한 자아의 본질은 아니다. 참된 나는 타인의 시선을 넘어, 내면 깊은 곳에서 스스로를 성찰할 때 비로소 드러난다.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느끼는 존재다. 이성과 감성이 조화를 이룰 때 우리는 보다 온전한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자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 속에서 끊임없이 확장된다. 삶의 흔들림은 불안이 아니라 성장의 과정이며, 그 속에서 우리는 더 넓고 깊은 ‘나’를 발견하게 된다.
결국 자아를 찾는 일은 한 번에 완성되는 답이 아니라, 평생 이어지는 여정이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정의를 찾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나답게 살아가려는 의지’를 지니는 것이다. 스스로를 이해하려는 노력 속에서 삶은 더욱 진실해지고, 그 깨달음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한층 성숙하게 만든다. 오늘도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누구이며, 어떤 나로 살아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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