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홍기 칼럼

「피지컬 인공지능(Physical AI) 시대」Ⅸ. 윤리·법·철학적 쟁점 (87)

문경매일신문
입력
87) AI의 권리 논쟁은 필요한가?
지홍기 | 영남대학교 명예교수, 전)국가녹색성장위원회 위원, 전)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 회장

새로운 질문이 등장한 시대
피지컬 AI(Physical AI)가 현실 세계에서 자율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던 질문이 생겨났다. 바로 인공지능(AI)에게도 권리(Right)를 부여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다. 로봇(Robot)이 사람과 대화하고 감정을 표현하며 복잡한 판단을 수행하는 모습이 늘어나자 일부에서는 AI도 하나의 사회적 존재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논쟁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지나친 상상인지에 대한 사회적 토론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권리라는 개념의 출발점
권리는 본래 인간을 중심으로 형성된 개념이다. 법과 윤리는 책임과 의무를 전제로 권리를 인정해 왔다. 인간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도덕적 판단을 내리고 결과에 책임질 수 있기 때문에 권리의 주체가 된다. 그러나 기계 지능(Machine Intelligence)은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아무리 정교한 알고리즘(Algorithm)으로 작동하더라도 그것은 설계된 프로그램(Program)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이 점에서 AI에게 권리를 부여하자는 주장은 근본적인 한계를 가진다.

 

AI권리론이 등장한 배경
그럼에도 AI권리 논쟁이 제기되는 이유는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인간과 비슷한 외형을 가진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이 등장하고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누는 시스템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기계를 단순한 도구로만 보지 않게 되었다. 특히 감정형 AI(Affective AI)나 돌봄 로봇의 확산은 기계에 대한 심리적 공감을 키우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AI에게도 일정한 법적 지위를 주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권리 부여가 가져올 혼란
하지만 AI에게 권리를 인정하는 순간 사회는 복잡한 문제에 직면한다. 권리가 있다면 의무도 있어야 하고, 잘못된 판단에 대한 책임 주체도 필요하다. 자율주행차(Autonomous Vehicle)가 사고를 냈을 때 책임은 개발자에게 있는가, 사용자에게 있는가, 아니면 AI자체에게 있는가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기계에게 법적 인격(Personhood)을 부여하는 것은 겉보기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법체계 전체를 흔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피지컬 인공지능 시대 인포그라픽 87-AI의 권리 논쟁은 필요한가 인포그라픽
피지컬 인공지능 시대 인포그라픽 87-AI의 권리 논쟁은 필요한가 인포그라픽

인간중심 원칙의 중요성
피지컬 AI 시대에도 변하지 말아야 할 기준은 인간중심 원칙(Human Centered Principle)이다. 기술은 인간을 위해 존재해야 하며 기계가 인간과 동등한 권리 주체가 될 수는 없다. 만약 AI권리론이 지나치게 확대되면 오히려 인간의 권리가 약화될 위험이 있다. 사회적 약자 보호와 인간 존엄성(Human Dignity)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지, 기계의 권리를 먼저 논의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접근이다.

 

필요한 것은 권리가 아니라 규범
현재 단계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AI의 권리 논쟁이 아니라 AI를 올바르게 통제하고 활용하기 위한 규범(Norm)과 제도다. 투명성(Transparency), 안전성(Safety), 책임성(Accountability)을 강화하는 법과 윤리 기준이 더 시급하다. 기계 지능이 내리는 결정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관리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 과제다. 권리라는 이름보다 책임 있는 사용이라는 원칙이 더 중요하다.

 

성숙한 사회적 논의의 방향
결론적으로 AI의 권리 논쟁은 철학적 상상으로는 의미가 있지만 현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아니다. 피지컬 AI는 어디까지나 인간이 만든 기술이며 인간의 통제 아래 존재해야 한다. 앞으로의 논의는 기계에게 어떤 권리를 줄 것인가가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AI를 지혜롭게 사용할 것인가에 맞추어져야 한다. 올바른 방향의 토론이 이루어질 때 피지컬 AI 시대는 혼란이 아닌 발전의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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