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관광공사, “고쳐서는 못 쓴다”…시민토론회서 강도 높은 구조개혁 요구
시민 패널 “공사 해산하고 새 출발해야”…전문가 “출자기관으로서 역할 필요”
시민들 6·3 지방선거 당시 논란 집중 질의…박시복 사장 “개별적으로 답변”

문경시 민선 9기 정책릴레이 시민토론회의 마지막 주제로 오른 ‘문경관광공사 발전방안’을 놓고 시민 패널들이 “고쳐서는 못 쓴다”, “공사를 해산하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며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요구했다.
반면 전문가 패널들은 문경관광공사가 문경시 출자기관으로서 관광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조직이라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해 공사의 존폐와 향후 역할을 둘러싼 상반된 시각이 맞섰다.
문경시는 22일 오후 4시 점촌5동행정복지센터 3층 강당에서 민선 9기 정책릴레이 다섯 번째 시민토론회인 ‘문경관광공사 발전방안’을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학홍 문경시장과 황재용 문경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 김남희·임휘철·양재필·장봉춘 시의원, 문경시 공무원, 문경관광공사 임직원,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토론회는 국민의례에 이어 김학홍 시장과 황재용 위원장의 인사, 문경관광공사 현황보고 순으로 진행됐으며, 강창교 문경대학교 부총장이 좌장을 맡았다.
패널 토론에는 고성환 경북매일신문 기자와 이석동 민주평통 문경시협의회장이 시민 패널로 참여했으며, 대학교수와 연구원 등 전문가 패널 2명도 참석해 문경관광공사의 현주소와 향후 운영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애초부터 단추 잘못 끼워…해산하고 새 출발해야”

첫 발표자로 나선 고성환 패널은 지난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거졌던 문경관광공사 직원들의 국민의힘 당원 가입 관련 의혹을 보도한 안동MBC 뉴스 영상을 상영하며 공사의 대대적인 인적·조직 쇄신 필요성을 제기했다.
고 패널은 2006년 문경시설관리공단 출범 이후 현재의 문경관광공사에 이르기까지 조직의 연혁과 운영 과정을 짚은 뒤 “애초부터 단추를 잘못 끼워 공공기관이 사당화됐다는 비판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누적된 폐단을 제거하려면 기존 조직을 땜질하는 수준을 넘어 공사를 해산하고 새로운 체제로 출발하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인력 증가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고 패널은 “2023년 87명이던 직원이 2026년 현재 168명으로 늘었다”며 “사업이 그만큼 늘어난 것도 아닌데 공단에서 공사로 이름을 바꾸는 과정에서 직원 수가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을 시민들이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공사 내부의 공간 배치와 조직문화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공사 사무실에 가보면 본부장실은 별도의 독립된 공간에 크게 배치돼 있는 반면 사장실은 직원들의 근무 공간에 칸막이를 설치해 마련돼 있다”며 “이런 형식적인 부분에서부터 조직의 위계와 운영체계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석동 패널 “고쳐서는 못 쓴다”…수지율·축제사업 정면 비판
이어 발표에 나선 이석동 패널의 주장은 더욱 강경했다. 이 패널은 문경관광공사의 현 상황을 한마디로 “고쳐서는 못 쓴다”고 규정하고 공사 해산을 전제로 한 대대적인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을 주장했다.
그는 먼저 공사가 제시한 2025년 수지율 78.6%의 적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패널은 “농특산물직판장과 종량제 봉투 판매 수입이 전체 수입의 53.5%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를 제외한 관광·시설 운영 부문의 실질적인 수지율은 55.1%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사 전환 이후 자체적으로 발굴해 수익을 낸 사업이 사실상 없다”며 스머프마을과 휴양림, 철로자전거, 세트장, 에코월드 등 현재 공사가 운영하는 일부 사업을 민간 위탁 또는 민간 영역으로 돌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올해 신설된 안전감사팀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감사 기능과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단순한 보직 늘리기에 그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문경시가 일정 규모 이상의 시설 유지·보수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까지 고려하면 공사의 실질적인 재정 부담은 현재 나타나는 수치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축제는 문화관광재단으로”…사업 구조 전면 재편 요구
지역 축제 운영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이 패널은 찻사발축제 등 지역 축제에 매년 상당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공사가 축제 관련 업무를 위탁사업으로 수행하면서 해당 예산이 자체 사업의 수지율 산정과 분리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전문성이 필요한 축제 업무를 공사가 맡은 뒤 다시 외부 용역에 의존하는 방식이 적절한지 따져봐야 한다”며 별도의 문화관광재단을 설립해 축제와 문화관광 콘텐츠 기획·운영 업무를 전문기관으로 이관할 것을 제안했다.
구조개혁의 구체적인 순서도 제시했다. 이 패널은 △위법 행위가 확인된 임직원에 대한 엄정한 조치 △민간이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사업의 민간 이양 △조직 슬림화 △공사 해산 및 새로운 운영체제 구축 등을 제안했다.
다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반 직원들의 고용 안정은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패널은 “위법 행위에 가담하지 않은 하위직 직원과 공무직, 기간제 근로자들에게 조직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며 “개혁과 조직 재편 과정에서도 일선 근로자의 고용 안정은 끝까지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 패널은 ‘공사 존치 필요성’ 제기
시민 패널들이 공사 해산까지 거론하며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요구한 것과 달리 전문가 패널 2명은 공사의 존재 필요성에 무게를 뒀다.
전문가들은 문경관광공사가 문경시의 관광자원과 시설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관광산업을 전문적으로 추진하는 출자기관으로서 일정한 역할을 담당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이날 토론회는 기존 공사를 해산하고 새로운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시민 패널들의 ‘전면 개편론’과, 조직의 문제점을 개선하면서 관광 전문 공기업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존치·개선론’이 맞서는 양상으로 진행됐다.
◇시민들, 6·3 지방선거 당시 논란 집중 질의
패널 발표가 끝난 뒤 이어진 시민 질의에서도 문경관광공사를 둘러싼 문제점에 대한 질문이 잇따랐다.
특히 지난 6·3 지방선거를 전후해 불거진 공사 직원들의 당원 가입 관련 논란과 조직 운영 문제, 향후 인적 쇄신 방안 등에 대한 시민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일부 시민들은 토론회에 참석한 박시복 문경관광공사 사장에게 직접 답변을 요구하며 신임 사장으로서 공사를 어떻게 쇄신할 것인지 구체적인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박 사장은 현장에서 즉답하기보다 질문자들에게 개별적으로 답변하겠다는 취지로 입장을 밝히면서 시민들이 요구한 공개적인 답변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토론회는 문경관광공사를 단순히 일부 조직과 사업을 손질하는 수준에서 정상화할 것인지, 아니면 사업과 인력을 전면 재편하고 해산을 포함한 새로운 관광 행정 체제를 구축할 것인지를 놓고 서로 다른 해법이 제시된 자리였다.
특히 민선 9기 출범 이후 문경시가 시민토론회를 통해 주요 현안을 공론화해 온 가운데 마지막 정책 릴레이 주제로 문경관광공사의 존폐와 구조개혁 문제가 다뤄지면서 향후 김학홍 시장과 문경시가 이날 제기된 시민들의 요구를 실제 정책과 조직개편에 어떻게 반영할지 주목된다.
문경매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