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문경의 번영·문경의 어두운 그림자, 진폐재해자

이민숙 기자
입력
진폐재해자 건강지원 위로한마당…재해자·가족 등 850여 명 한자리

탄광에서 청춘 바쳐 지역경제 일으켰지만, 평생 남은 ‘진폐증’과 싸워

문경의 번영·문경의 어두운 그림자, 진폐재해자
문경의 번영·문경의 어두운 그림자, 진폐재해자

한때 석탄은 문경을 먹여 살린 ‘검은 황금’이었다. 탄광이 호황을 누리던 시절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광부들이 캐낸 석탄은 문경의 지역경제를 일으키고 대한민국 산업화를 떠받쳤다. 그러나 그 번영의 뒤편에는 탄가루 가득한 막장에서 청춘을 바치고, 폐광 이후에도 평생 진폐증과 싸우며 살아가는 광부들이 있다. 문경 탄광산업의 영광과 번영 뒤에 남은 어두운 그림자, 바로 진폐재해자들이다.

 

(사)영남진폐재해자협회(회장 정상연)는 지난 9월 29일 문경실내체육관에서 진폐재해자와 가족, 시민 등 8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폐재해자 건강지원 위로한마당’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장은 단순한 위로행사를 넘어 문경의 산업화 역사를 온몸으로 살아온 광부들의 만남의 장이 됐다. 머리가 희끗해진 옛 광부들은 서로 손을 맞잡고 건강과 안부를 물었고,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과 탄광 시절의 기억을 나누기도 했다.

 

특히 올해는 문경 탄광이 광업권을 획득한 지 100년을 맞는 해라는 점에서 진폐재해자들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문경 탄광 100년의 역사는 지역 발전의 역사인 동시에, 산업현장에서 건강을 잃은 광부들의 희생을 함께 기억해야 하는 역사이기도 하다.

 

이날 참석자들의 표정에는 반가움과 함께 세월의 흔적이 묻어났다. 산업화 시대 가장 깊고 어두운 곳에서 석탄을 캐며 문경의 번영을 떠받쳤던 이들이 이제는 고령의 진폐재해자가 되어 다시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문경시가 문경시의회에 밝힌 자료에 따르면 당시 영남진폐재해자협회 회원은 점촌지회 333명, 새재지회 112명, 가은지회 99명, 마성지회 115명, 병원지회 200명과 관외 회원 130명 등 모두 989명에 달했다. 다만 이 수치는 과거 공식 집계로, 문경시는 당시에도 진폐재해자 대부분이 고령으로 사망 등에 따른 자연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경시는 진폐재해자들을 위해 의료민원 상담과 협회 운영 지원, 교육강좌, 순직자 추모제, 위로행사 등을 지원해 왔다. ‘진폐재해자 건강지원’ 사업도 진폐재해자들에게 만남과 사회참여의 기회를 제공하고 건강한 삶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이 서로 건강을 묻고 안부를 나누는 모습이 곳곳에서 이어졌다. 진폐재해자 복지 향상과 협회 발전에 힘써온 유공자들에게 표창패와 감사패가 전달될 때마다 참석자들은 박수로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문경의 번영·문경의 어두운 그림자, 진폐재해자
문경의 번영·문경의 어두운 그림자, 진폐재해자

행사에 참석한 재해자들 사이에서는 “해마다 이렇게 옛 동료들을 만나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위로가 된다”는 취지의 반응이 나왔으며, 가족들도 “진폐증은 환자 한 사람만의 고통이 아니라 오랜 세월 가족이 함께 감당해 온 문제인 만큼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전했다.

 

정상연 영남진폐재해자협회장은 “진폐재해자 여러분의 건강 회복과 권익 보호를 위해 협회가 더 큰 역할을 해 나가겠다”며 “오늘 이 자리가 서로를 격려하고 희망을 나누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학홍 문경시장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삶을 이어오신 진폐재해자 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위로를 드린다”며 “여러분께서 건강하고 행복한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을 위한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영남진폐재해자협회는 앞으로도 진폐재해자들의 건강관리와 권익 향상을 위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고령화되고 있는 재해자들의 실질적인 복지 증진과 안정적인 생활 지원을 위해 관계 기관과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문경매일신문

이민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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