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은아자개 장터축제’ 관광과 상권을 잇다
음식점 대기 줄·재료 소진까지…관광객 유입이 골목상권 매출로

“축제만 보고 가지 말고 가은읍내에서 먹고, 사고, 즐겨보세요.”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사흘간 문경시 가은읍 일원에서 열린 ‘가은아자개 장터축제’가 기존 축제의 공간적 틀을 벗어나 관광객의 발길을 지역 상권으로 끌어들이는 새로운 시도로 눈길을 끌었다.
공연장과 먹거리 부스 안에서 소비가 끝나는 축제가 아니라 관광객이 직접 가은읍 음식점과 상점을 찾아다니며 지갑을 열도록 설계한 것이다.
실제 축제 기간 가은읍내에는 평소보다 많은 관광객이 몰렸다. 일부 음식점 앞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줄을 섰고, 준비한 식재료가 일찌감치 떨어지는 업소도 나왔다. 축제장에 모인 인파가 읍내 골목과 장터, 음식점과 상점으로 흘러들면서 모처럼 상권 곳곳에 활기가 돌았다.
이번 축제가 주목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동안 가은을 찾는 관광객 상당수가 에코월드 등 주요 관광지를 둘러본 뒤 식사나 쇼핑은 다른 지역에서 해결하면서 ‘관광객은 많은데 정작 가은읍 상권에는 돈이 돌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문경시는 이번에는 아예 축제의 무대를 행사장 안에 가두지 않았다. 가은읍 상권 전체를 하나의 축제장으로 보고 관광객이 공연을 본 뒤 읍내로 이동해 먹고, 사고, 체험하도록 동선을 짰다.
◇영수증이 또 하나의 ‘축제 입장권’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 ‘영수증’이었다. 지역 음식점과 상점에서 소비한 영수증을 가져오면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뽑기 이벤트에 응모할 수 있도록 했다. 경품 역시 지역 특산물을 활용했다. 관광객이 지역에서 돈을 써야 축제를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한 셈이다.
주무대에서는 가은아자개장터 상인들의 환영 영상과 지역 음식점 메뉴를 소개했고, 행사장 입구에는 가은읍 음식점과 상점의 위치와 방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형 지도를 설치했다.
관광객을 축제장에 오래 붙잡아 두는 대신 오히려 축제장 밖으로 내보내 지역 상권을 찾아가도록 한 역발상이었다.
효과는 현장에서 나타났다. 관광객들이 지도를 들여다보며 음식점을 찾고, 식사를 마친 뒤 영수증을 들고 다시 축제장을 찾는 모습이 이어졌다.
특히 영수증을 제시해야 시식할 수 있도록 한 ‘장터미식회’에는 관광객들이 몰렸다. ‘중식마녀’ 이문정 셰프가 문경약돌돼지를 이용해 만든 동파육 1000인분은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동이 났다.
이번 축제는 비좁은 기존 장터 공간에서 벗어나 별도의 축제 공간을 마련하면서도 기존 상권과 단절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넓어진 축제장은 더 많은 관광객을 받아들이고, 이들을 다시 기존 장터와 읍내 상권으로 보내는 구조를 만들었다.
◇트로트부터 어린이 공연까지…3일간 세대별 관객 공략

공연 프로그램도 특정 세대에 치우치지 않았다. 전야제 트로트 공연을 시작으로 1일차에는 ‘8090 타임캡슐 콘서트’, 2일차에는 ‘어린이 빅쇼’를 배치했다. 중장년층과 가족 단위 관광객, 어린이까지 날짜별로 뚜렷한 방문 동기를 만들어 사흘 동안 다양한 연령층이 가은을 찾도록 했다.
가은의 역사도 축제의 중요한 콘텐츠가 됐다. 문경 석탄산업 100주년을 맞아 마련된 ‘가은 탄광역사 사진전’에는 한때 대한민국 석탄산업의 중심지 가운데 하나였던 가은의 옛 모습과 광부들의 작업 현장, 탄광촌 주민들의 생활상이 담겼다.
단순히 사진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광부 복장 체험과 모래놀이, ‘광부 네 컷’ 기념사진 등도 마련했다. 부모 세대에게는 탄광촌의 기억을 되살리고 어린이들에게는 가은의 역사를 놀이와 체험으로 접하게 한 것이다.
다만 일회성 축제 효과에 그치지 않으려면 축제 기간 실제 읍내 상권의 매출 증가율과 관광객 체류시간, 영수증 이벤트 참여 실적 등을 구체적으로 분석해 다음 축제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과제도 남는다.
김학홍 문경시장은 “이번 축제는 관광객의 방문이 지역의 소비와 활력으로 이어지는 데 의미를 뒀다”며 “지역 상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계기가 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축제 기간 가은을 찾아주신 관광객과 시민 여러분을 비롯해 행사에 적극 참여해 주신 지역 상인과 주민, 안전한 축제를 위해 힘써 주신 모든 관계자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공연장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만으로 성공한 축제라고 평가하던 시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관광객 한 사람이 지역에 얼마나 오래 머물고 지역 상점에서 얼마나 소비하느냐가 축제의 성패를 가르는 시대가 되고 있다.
올해 가은아자개 장터축제는 그런 점에서 ‘사람을 모으는 축제’를 넘어 ‘사람과 소비를 골목으로 보내는 축제’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문경매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