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속철도 ‘직선화’, 10년 뒤 문경의 운명을 바꿀 유일한 선택지

중부내륙고속철도 시대가 다가오면서 문경의 지도가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 철도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다. 한번 놓인 철길은 수십 년, 어쩌면 100년 이상 도시의 공간 구조와 생활권, 산업과 인구의 흐름을 결정한다. 그렇기에 지금 어떤 노선을 선택하느냐는 10년 뒤, 50년 뒤 문경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한 문제다.
하지만 현재 추진되고 있는 마성~점촌 구간의 설계안을 바라보면 문경의 백년대계를 걱정하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우려를 떨칠 수 없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높이 6m 안팎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들어설 경우 도시 공간이 동서로 단절되고 생활권과 경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인근 상주시가 주민설명회를 열고 철도 건설에 따른 지역 영향을 살피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만큼, 문경시 역시 지금이라도 장래 도시 발전을 내다보며 노선 ‘직선화’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첫째, 직선화는 공사비 절감과 공기 단축을 위한 경제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굴곡진 노선을 따라 교량과 대규모 옹벽 등 구조물이 늘어나면 공사비와 공사 기간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반면 3번 국도와 나란히 이어지는 직선화 노선은 노선을 단순화함으로써 구조물 설치를 줄이고 시공 효율성을 높일 여지가 있다.
.국가 예산은 국민의 세금이다. 같은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더 적은 비용과 짧은 기간으로 건설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충분히 비교하고 검토하는 것이 마땅하다.
둘째, 우량 농지를 지키는 것은 주민의 생존권과 지역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점촌과 창리, 윤직, 함창 일대의 비옥한 농지가 대규모 철도부지로 편입될 경우 농업 생산 기반의 훼손은 물론 오랫동안 삶의 터전을 지켜온 주민들의 생활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
농촌에서 농지는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다. 주민의 일터이며 생계 수단이고, 지역공동체를 유지하는 기반이다. 농업 기반의 약화는 결국 주민 이탈과 인구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가능한 한 우량 농지 편입을 줄이는 노선을 찾는 것은 농촌을 지키는 일이자 불필요한 토지 보상비를 줄여 국가 예산을 절감하는 길이기도 하다.
셋째, 고속철도의 본질인 ‘시간 단축’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고속철도 경쟁력의 핵심은 얼마나 빠르고 편리하게 주요 도시를 연결하느냐에 있다. 노선을 직선화해 운행 거리를 줄인다면 수도권과 대구·경북권을 연결하는 시간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앞으로 서울 수서권과 대구권을 더욱 빠르게 연결할 수 있는 철도망이 완성된다면 문경은 수도권과 대경권을 아우르는 광역 생활권의 중요한 거점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인근 함창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문경과 상주 북부권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통합역사’ 건립까지 검토한다면 철도역 하나를 만드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역세권과 신도시를 조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철도는 한번 건설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그래서 지금의 몇 년보다 앞으로의 100년을 보고 결정해야 한다.
철도는 문경 발전을 이끌 거대한 ‘축복’이어야지, 도시를 둘로 가르는 ‘장벽’이 되어서는 안 된다.
새롭게 출범한 문경시와 문경시의회가 시민들과 힘을 모아 국토교통부와 국가철도공단에 문경의 미래를 충분히 설명하고, 기존 노선과 직선화 대안을 경제성·환경성·도시발전 가능성 측면에서 객관적으로 비교해 줄 것을 요구해야 한다.
지금 노선을 바꾸는 데는 많은 노력과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그러나 철길이 놓인 뒤 후회한다면 그때는 너무 늦다.
10년 뒤 우리가 “그때 왜 말하지 않았느냐”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말해야 한다. 100년 뒤 후손들에게 잘못 놓인 철길이 아니라, 문경의 미래를 열어준 철길을 물려주기 위해서다.
자연환경이 살아 숨 쉬고 누구나 찾아오고 싶고, 누구나 살고 싶은 도시 문경. 그 미래를 위해 도심을 가르는 장벽을 막고 철도 직선화를 이루어 내기를 한 시민의 마음으로 간절히 바란다.
문경매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