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홍기 칼럼

「피지컬 인공지능(Physical AI) 시대」Ⅷ. 군사·안보와 피지컬 AI

문경매일신문
입력
78) 인간 판단의 마지막 보루
지홍기 | 영남대학교 명예교수, 전)국가녹색성장위원회 위원, 전)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 회장

전쟁의 속도가 인간을 앞서다

피지컬 인공지능이 군사 영역에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전쟁의 양상은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드론(Drone)과 무인 전투차량, 자율 잠수정과 같은 무기체계는 인공지능의 판단을 바탕으로 스스로 움직인다. 현대 전장은 초 단위가 아니라 밀리초(Millisecond) 단위로 변하고, 정보의 양은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이런 환경에서 인간이 모든 상황을 직접 판단하고 대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전쟁의 최종 결정권은 인간에게 남아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국제사회가 강조하는 인간 판단의 마지막 보루라는 개념이다.

 

자율무기와 인간 통제(Human Control)

자율무기체계(Autonomous Weapon System)는 스스로 목표를 탐지하고 공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개념이 인간 통제(Human Control). 인간 통제란 단순히 사람이 시스템을 감시하는 것을 넘어, 핵심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인간의 판단이 실질적으로 개입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만약 공격 결정이 완전히 인공지능에게 맡겨진다면, 전쟁의 책임 주체는 사라지고 기계만 남게 된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는 어떤 상황에서도 최종 공격 승인만큼은 인간이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 통제는 기술 발전을 막기 위한 장벽이 아니라, 전쟁의 윤리성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알고리즘(Algorithm)의 한계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고 최적의 선택을 계산하는 데 탁월하다. 하지만 알고리즘(Algorithm)은 어디까지나 수학적 계산 도구일 뿐 윤리적 판단을 할 수 없다. 전쟁 상황에서는 단순한 효율성보다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도덕적 가치가 더 중요하다. 민간인 피해 가능성이 있는 목표를 공격할 것인지, 작전을 중단할 것인지 결정하는 문제는 계산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판단에는 공감과 양심, 책임 의식이 필요하며 이는 인간만이 가진 영역이다. 그래서 아무리 뛰어난 피지컬 AI라 해도 인간 판단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피지컬 인공지능 시대 인포그라픽 78-인간 판단의 마지막 보루
피지컬 인공지능 시대 인포그라픽 78-인간 판단의 마지막 보루

속도 경쟁이 만드는 윤리적 위험

현대 군사 기술은 점점 더 빠른 의사결정을 요구한다. 미사일 방어, 사이버 공격 대응, 무인기 교전과 같은 상황에서는 인간이 개입할 시간이 거의 없다. 이런 이유로 일부에서는 인간 판단을 배제하고 완전 자율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속도를 위해 인간을 제외하면 치명적인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잘못된 데이터나 센서 오류, 해킹(Hacking)으로 인한 오판이 생겼을 때 이를 멈출 방법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전쟁은 단순한 기술 경쟁이 아니라 수많은 생명이 걸린 문제다. 그래서 아무리 급박한 상황이라도 인간 판단의 자리는 남겨 두어야 한다.

 

책임성(Accountability)을 지키는 기준

자율무기가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잘못된 공격을 수행했을 때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문제가 늘 따라다닌다. 인공지능 자체는 법적·도덕적 책임의 주체가 될 수 없다. 결국 책임은 인간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때 인간 판단이 개입되어 있지 않다면 책임 구조는 무너진다. 국제사회가 의미 있는 인간 통제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책임성이 보장되지 않는 무기 사용은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인간 판단은 책임의 연결고리를 유지하는 최종 장치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협력 모델

미래의 군사 시스템은 인간과 인공지능이 대립하는 구조가 아니라 협력하는 구조로 발전해야 한다. 인공지능은 정보 분석, 위험 예측, 표적 탐지 등에서 인간을 강력하게 도울 수 있다. 반면 공격 결정과 윤리적 판단은 인간이 맡는 이른바 인간-기계 협업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이런 모델에서는 피지컬 AI가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면서도 통제를 벗어나지 않는다. 기술을 무조건 거부하는 것도, 모든 것을 기계에 맡기는 것도 정답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인간 판단이 항상 중심에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일이다.

 

인간 판단, 포기할 수 없는 가치

피지컬 인공지능 시대가 깊어질수록 인간 판단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기계는 계산할 수 있지만 책임질 수 없고, 분석할 수 있지만 양심을 가질 수 없다. 전쟁과 무력 사용은 인간 사회에서 가장 무거운 결정이기 때문에 반드시 인간의 손을 거쳐야 한다. 기술은 인간을 돕기 위한 도구일 뿐, 인간을 대신하는 존재가 될 수는 없다. 인간 판단의 마지막 보루를 지키는 일은 곧 인류 문명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피지컬 AI 시대에도 전쟁의 최종 책임과 선택은 언제나 인간에게 남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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