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홍기 칼럼

「피지컬 인공지능(Physical AI) 시대」Ⅷ. 군사·안보와 피지컬 AI (75)

문경매일신문
입력
75) 감시 기술과 자유의 충돌
지홍기 | 영남대학교 명예교수, 전)국가녹색성장위원회 위원, 전)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 회장

안전을 위한 눈이 점점 많아지다현대 사회는 안전을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여긴다. 범죄와 테러, 재난과 전쟁의 위험을 막기 위해 국가는 다양한 감시 체계를 구축해 왔다. 여기에 피지컬 인공지능이 더해지면서 감시 기술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해지고 있다. 인공지능 카메라(camera), 얼굴 인식, 생체 인식(biometrics) 기술이 결합되면서 거리와 공항, 항만과 국경은 거대한 디지털 감시망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분명 사회 안전을 높이지만, 동시에 개인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새로운 고민을 낳고 있다.

 

피지컬 AI가 만드는 초연결 감시 사회

과거의 감시는 사람이 직접 화면을 지켜보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감시는 인공지능이 중심이 된다. 수천 대의 감시카메라에서 들어오는 영상을 인공지능 알고리즘(algorithm)이 동시에 분석하고 이상 행동을 자동으로 찾아낸다. 드론(drone)과 센서(sensor), 위성 시스템이 결합되면 한 사람의 이동 경로와 행동 패턴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술적으로는 도시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감시 플랫폼이 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피지컬 AI는 안전을 지키는 눈이면서 자유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눈이 되고 있다.

 

안보 강화를 위한 필수 도구

국가 안보의 관점에서 감시 기술은 매우 중요한 수단이다. 국경을 넘나드는 위협을 조기에 탐지하고, 범죄 조직과 테러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인공지능 기반 영상 분석은 의심스러운 움직임을 즉각 경고하고, 빅데이터(big data) 분석은 위험 인물을 자동으로 분류한다. 이런 기술이 없었다면 현대의 복잡한 안보 환경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 그래서 많은 국가는 피지컬 AI 감시 체계를 미래 안보 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안전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패가 바로 지능형 감시 기술이기 때문이다.

 

자유와 인권의 위축이라는 그림자

그러나 감시 기술의 발전은 반드시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일상이 지나치게 기록되고 추적되면 사생활(privacy)은 크게 위축된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가 모두 데이터로 저장되는 사회에서 시민은 끊임없이 감시받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잘못된 판단을 내리면 무고한 사람이 의심 대상이 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효율성과 편리함 뒤에 숨겨진 자유 침해의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감시 기술이 안전을 지키는 도구인지, 통제를 강화하는 수단인지에 대한 근본적 논쟁이 여기에서 시작된다.

피지컬 인공지능 시대 인포그라픽 75-감시 기술과 자유의 충돌
피지컬 인공지능 시대 인포그라픽 75-감시 기술과 자유의 충돌

기술 오남용의 위험성

피지컬 AI 감시기술은 잘 사용하면 공공선을 지키는 강력한 도구가 되지만, 잘못 사용되면 위험한 통제 수단이 될 수 있다. 권력이 이를 정치적 목적으로 남용할 경우 사회 전체가 디지털 감옥(digital prison)으로 변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해킹(hacking)이나 정보 유출로 개인 데이터가 악용될 위험도 크다. 인공지능 시스템의 편향(bias) 문제 역시 심각한 쟁점이다. 특정집단을 부당하게 차별하거나 오인식하는 사례가 늘어나면 사회적 갈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기술의 힘이 커질수록 책임과 통제장치도 함께 강화되어야 한다.

 

균형을 위한 제도와 원칙

감시 기술과 자유의 충돌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사회적 규칙이 필요하다. 데이터 사용의 투명성(transparency), 최소 수집 원칙, 목적 제한 규정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또한 인공지능이 내린 판단을 사람이 최종 검증하는 인간 감독(human oversight) 장치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무분별한 감시 확대가 아니라, 꼭 필요한 영역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절제된 접근이 중요하다. 기술 발전을 막을 수는 없지만, 민주적 통제와 법적 기준을 통해 그 방향을 조정할 수는 있다.

 

안전과 자유 사이에서의 선택

피지컬 AI 시대는 안전과 자유라는 두 가치가 정면으로 만나는 시대다. 더 많은 감시는 더 큰 안전을 가져올 수 있지만, 동시에 더 작은 자유를 의미할 수도 있다. 어느 한쪽만을 선택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다.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사회의 가치 판단이다. 시민의 동의와 합의를 바탕으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피지컬 인공지능은 인류의 삶을 지키는 도구가 되어야지, 인간을 억압하는 장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감시 기술과 자유의 충돌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일이 미래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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