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산토끼보다 집토끼를 먼저 키우자

제9대 김학홍 시장의 취임과 함께 문경시는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향한 기대감 속에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최근 지역 언론과 오피니언 리더들을 중심으로 문경의 미래를 걱정하고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다양한 제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종원 민주평통위원이 기고한 ‘문경은 급하다’는 지방 소멸과 지역경제 침체라는 현실을 직시하며 문경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많은 시민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러나 정책은 구호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아무리 훌륭한 비전이라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면 시민들이 체감하는 성과로 이어질 수 없다. 지금 문경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것을 무작정 늘리는 정책보다 이미 우리 곁에서 지역을 지키고 있는 기업과 상인, 농업인들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현실적인 정책이다.
최근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인구 유입과 기업 유치를 위해 신규 산업단지 조성이나 대규모 관광개발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물론 미래를 위한 투자도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새로운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이른바 ‘산토끼 전략’에 집중하는 동안, 이미 문경에 터를 잡고 수십 년간 지역경제를 지탱해 온 기업들은 인력난과 생산비 상승, 기술 인력 부족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신규 산업단지 조성에는 막대한 예산과 긴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기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투자하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도 고용 유지와 생산성 향상이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결국 지방 경제를 살리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멀리 있는 산토끼보다 지금 우리 품 안에 있는 집토끼를 먼저 키우는 것이다.
향토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제9대 시정에 몇 가지 정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기존 입주 기업 지원 중심의 산업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새로운 산업단지를 만드는 데 집중하기보다 기존 산업단지의 기반 시설을 개선하고,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며 생산 공정의 자동화와 스마트화를 지원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효과적이다.
둘째, ‘지역 산업기술지원센터’를 설립해야 한다.
농업기술센터가 농업 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했듯이, 제조업을 위한 기술지원센터 역시 필요하다.
고숙련 기술인의 귀향을 지원하고 지역 청년과 연결하여 기술을 전수하며, 기업 간 장비와 기술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필요하면 전문가가 기업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출장형 기술 지원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중소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인력난을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지역 소비를 촉진하는 투자형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
복지는 단순한 현금 지원을 넘어 지역경제를 함께 살리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문경새재 무료입장권을 활용한 소비 연계 정책이다.
지역 제조업체 공동브랜드 상품이나 농특산물, 음식점, 주유소 등에서 일정 금액 이상 소비한 관광객에게 새재 입장 혜택이나 관광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관광객은 혜택을 받고, 지역 상권과 농가는 실질적인 매출 증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처럼 소비가 다시 지역경제로 환류되는 구조를 만든다면 적은 예산으로도 높은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문경은 지금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시민들은 새로운 시정에 큰 기대를 걸고 있으며, 행정 역시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성과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거창한 개발계획보다 기존 산업과 기업, 소상공인, 농업인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다.
지역을 지켜온 기업이 성장해야 일자리가 늘고, 일자리가 늘어야 청년이 돌아오며, 사람이 모여야 지역경제가 살아난다. 이것이 지방 소멸 시대를 극복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길이다.
이종원 위원을 비롯한 지역의 다양한 제언 역시 궁극적으로는 ‘더 잘사는 문경, 함께 웃는 문경’을 만들자는 데 뜻이 모아져 있다.
새로운 것을 찾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미 문경을 지켜온 사람들과 기업을 더욱 튼튼하게 키우는 일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지역 발전 전략이다.
제9대 문경시정이 ‘산토끼’보다 ‘집토끼’를 먼저 키우는 내실 있는 정책으로 시민 모두가 체감하는 변화를 만들어 주기를 기대한다.
문경매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