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새재 케이블카, “희망고문 그만하라”…사업비 눈덩이·경제성 논란

문경시가 추진해 온 문경새재 주흘산 케이블카 조성 사업이 사업비 급증과 경제성, 환경 훼손 논란에 휩싸이면서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특히 이미 수백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상황에서 앞으로 추가로 부담해야 할 사업비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미 들어간 돈 때문에 더 큰돈을 쏟아붓는 ‘매몰비용의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시민토론회에서 잇따라 터져 나왔다.
문경시는 26일 문경읍 행정복지센터에서 ‘문경새재 케이블카 조성 사업의 현황과 향후 계획’을 주제로 민선9기 첫 정책릴레이 시민토론회를 열었다. 이 사업은 그동안 행정절차와 환경 훼손, 사업비 증가, 관광지 연계성과 경제성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져 왔으며, 산림 훼손 문제로 공사 중지 명령까지 내려진 바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단순히 케이블카를 계속 건설할 것이냐를 넘어 사업비가 어디까지 늘어날 것인지, 개통 이후 실제 이용객을 확보할 수 있는지, 적자가 발생하면 누가 부담할 것인지 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490억이 611억, 다시 810억…어디까지 늘어나나”

KPI 전주식 기자는 케이블카 사업비가 2022년 490억 원 수준에서 이후 611억 원, 현재 810억 원 규모까지 증가한 점을 지적하며 사업 추진 전 충분한 조사와 타당성 검증이 있었는지를 따져 물었다.
특히 사업이 1년 늦어질 때마다 공사비 상승 등으로 약 50억 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케이블카만 설치해서는 관광 효과를 내기 어렵고 이른바 ‘하늘길’까지 연계해야 하는데 여기에도 수백억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유지 취득 문제 역시 향후 사업 추진의 난제로 제시됐다.

황재용 문경시의원은 SNS를 통해 케이블카 예상 사업비를 810억 원으로 보고, 현재까지 약 240억 원이 투입됐으며 앞으로 약 570억 원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하늘길 사업 417억 원, 관광지 조성사업 460억 원까지 연계할 경우 전체 관련 사업비가 1447억 원에 추가 비용까지 발생할 수 있다며 문경시가 이를 모두 재정 사업으로 끌고 가는 것이 타당한지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황 의원은 케이블카와 하늘길, 관광지 조성 사업을 묶어 민간에 사업을 제안하고 인센티브 등을 통해 민간투자를 유치함으로써 시의 재정 부담과 장기적인 운영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간사업자가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해 참여하지 않을 경우에는 이미 투입한 사업비에 얽매이지 말고 사업 중단까지 검토한 뒤 대안협의회를 구성해 문경 관광의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자기 집 돈이라면 하겠는가”

이상필 전 경북도의원은 더욱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이 전 의원은 “우리 집 돈을 들인다는 마음으로 결정해야 한다”며 이미 투입된 사업비가 아깝다는 이유로 앞으로 더 많은 시민 혈세를 투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국 관광지 케이블카의 상당수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들어 문경새재 케이블카 역시 개통 이후 경제성을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을 시가 직접 떠안기보다는 적정한 절차를 거쳐 민간사업자를 모집하고 사업성을 시장에서 검증받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자기 집 일이고 자기 돈이라면 과연 이 사업을 계속하겠는가”라며 앞으로 투입될 예산까지 냉정하게 따져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0년 뒤 이용률 3%”…관광객 전망도 도마

박항주 녹색연합 전문위원(경제학박사)은 문경시가 제시해 온 이용객 전망과 경제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박 위원은 개장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이용률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을 제기하며 장기간에 걸쳐 연간 100만 명 수준의 이용객을 예상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설악산 등 다른 관광지 케이블카 사례와 비교해 문경시가 적용한 관광객 유입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주장도 내놨다.
환경 문제도 쟁점이 됐다. 박 위원은 하늘길 예정지역의 환경적 규제와 생태자연도 등을 거론하며 케이블카와 하늘길을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연계한다는 구상 자체가 실제 인허가 과정에서 가능한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투입된 약 240억 원을 이유로 사업을 계속 끌고 가서는 안 된다며 “매몰비용의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한 차례 토론으로 결론을 내리지 말고 연속적인 시민토론을 이어갈 것을 주문했다.
△상인 “평일에는 사람이 없다”…그래도 케이블카는 찬성

현장에서 수십 년간 상권 변화를 지켜본 상인의 증언도 나왔다. 홍창식 문경새재상인회 관계자는 문경새재가 1981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약 50년간 지역 변화를 지켜봤다며 현재 식당과 카페, 제과점, 마트, 휴게소, 숙박업소 등이 영업하고 있지만 실제 지역 상권의 체감경기는 관광객 숫자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홍 씨는 “사람은 많이 오지만 2만 명이 와도 실제 식사를 하는 사람은 3000명 정도”라는 취지로 말하며 특히 평일에는 관광객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라고 지역 상권의 현실을 전했다.
다만 그는 침체된 문경새재 관광과 상권을 살리기 위한 새로운 관광시설이 필요하다며 케이블카 사업에는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희망고문 이제 그만”…주민들 불만도 폭발

주민들의 발언에서는 장기간 이어진 사업 추진 과정에 대한 피로감도 그대로 드러났다. 전강문 씨는 케이블카 사업을 두고 “희망고문”이라고 표현하며 장기간 사업 추진을 기다려 온 지역 주민들의 희생과 피로가 적지 않다고 지적하고 사업 추진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추경한 씨는 수년 동안 사업을 고민해 온 만큼 중단하기보다 계속 추진해야 한다며 공무원들도 책임감을 갖고 사업 홍보와 성공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김명자 주민자치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미 상당한 예산이 들어간 상황을 ‘진퇴양난’으로 평가하면서 해외 케이블카 사례를 참고해 상부 관광시설을 강화하고 민자유치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학용 씨는 경제성만으로 사업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주흘산 자연 훼손 문제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신기철 씨는 지질조사와 환경영향평가, 강풍 등 기상여건에 대한 충분한 사전조사가 이뤄졌는지를 따져 물었다.
김현식 전 면장은 과거에도 케이블카 사업을 검토했지만 전국 케이블카의 경영 여건 등을 고려해 중단한 사례가 있다며 다른 관광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쓴 240억”보다 “앞으로 쓸 돈” 따져야

결국 이날 토론회의 핵심은 ‘이미 투입된 돈을 아까워할 것인가, 앞으로 들어갈 돈과 장기적인 운영 부담을 따질 것인가’로 압축됐다.
사업을 중단할 경우 이미 투입된 예산이 사실상 매몰비용이 된다는 부담이 크다. 반대로 사업비 증가와 환경 문제, 추가 관광시설 조성, 개통 이후 운영수지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계속 추진한다면 더 큰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문경새재 케이블카 사업은 이미 상당한 예산이 투입된 가운데 행정절차와 환경 훼손, 사업성 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져 민선9기 출범 이후 추진 여부를 포함한 재검토 대상에 올랐다.
이 때문에 이날 토론회에서 제기된 각종 사업비와 예상 이용객, 경제성 전망은 문경시가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다시 검증하고 시민들에게 공개해야 할 핵심 과제로 남았다.
특히 케이블카 자체 사업비뿐 아니라 하늘길과 주변 관광지 조성까지 실제로 얼마가 필요한지, 향후 추가 사업비는 누가 부담할 것인지, 개통 후 적자가 발생할 경우 시민 세금으로 보전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사업을 계속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민선9기 문경시가 이제 답해야 할 질문도 분명해졌다.

“지금까지 얼마를 썼느냐”가 아니라 “앞으로 얼마를 더 써야 하고, 그 돈을 들일 만큼 성공 가능성이 있는가”다.
장기간 케이블카를 기다려 온 시민들에게 또다시 막연한 기대만 심어주는 ‘희망고문’이 되지 않으려면, 찬반을 떠나 객관적인 경제성 재검증과 총사업비 공개, 환경·인허가 가능성 검토를 거쳐 사업의 계속 추진·민간 이관·중단 여부를 명확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이날 토론회가 열린 문경읍행정복지센터 마당에서는 일찍부터 민주당 소속 임휘철 문경시의원이 나와 문경새재 케이블카 조성 사업 반대 시위를 벌였다. 임휘철 시의원은 이 사업 초기부터 반대 시위를 벌여왔었다.
문경매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