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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래교실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문경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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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기 전 문경시의회 의원
노래교실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박영기 전 문경시의원

문경시는 각 읍··동에서 주민들을 위한 노래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노래교실을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 가수를 양성하기 위해서도, 각종 행사에 출전할 합창단을 만들기 위해서도 아닐 것이다.

 

일상에 지친 주민들이 잠시나마 노래를 배우고, 함께 부르면서 웃고, 스트레스를 풀고, 이웃과 어울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주민 문화·여가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본래 취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운영의 중심에는 당연히 주민의 즐거움과 자율성이 있어야 한다. 노래교실을 찾는 주민들은 다양하다. 젊은 사람도 있고 70~80대 어르신도 있다. 노래 실력도 다르고 좋아하는 노래도 다르다. 어떤 이는 새로운 노래를 배우고 싶어서 오고, 어떤 이는 옛 노래를 부르며 추억을 되새기고 싶어 찾아온다. 또 어떤 이는 집에 혼자 있기보다 이웃들과 어울리고 싶어 노래교실 문을 두드린다.

 

바로 이런 다양성을 받아주는 곳이 주민 노래교실이어야 한다. 그런데 일부 노래교실이 각종 읍··동 축제나 행사 참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본래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행사 출전을 위해 특정 노래를 반복해서 연습하고, 단체복을 마련하거나 별도의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까지 생긴다는 것이다.

 

물론 주민들이 뜻을 모아 축제에 참가하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다. 노래교실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무대에서 선보이고 지역 축제를 함께 즐기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문제는 자발성이 보장되고 있느냐는 것이다. 노래교실 전체가 행사 참가를 전제로 운영되거나 읍··동 행정기관과 강사의 권유가 사실상의 부담으로 작용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참가하고 싶지 않은 주민이 분위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연습에 따라가야 한다면 주민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취지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노래교실에 참가하는 주민 모두가 무대에 서고 싶은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두 시간 동안 마음껏 노래하고 웃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런 주민에게 행사 출전을 위한 반복 연습은 즐거움이 아니라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방법은 어렵지 않다. 정규 노래교실은 본래 목적에 맞게 다양한 노래를 배우고 즐기는 시간으로 운영하면 된다. 그리고 축제나 경연대회에 참가하고 싶은 주민들은 희망자를 중심으로 별도의 동아리나 참가팀을 구성해 추가 연습을 하면 된다.

 

노래교실과 축제 참가팀을 분리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노래를 즐기고 싶은 사람의 권리도 지키고, 무대에 서고 싶은 사람의 열정도 살릴 수 있다. 1인 참가든 듀엣이든 소규모 그룹이든 합창이든 참가 방식 역시 주민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면 된다. 행정이 획일적인 방식을 정해놓고 주민을 거기에 맞추기보다 주민들의 다양한 선택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래교실의 참여 인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이라면 일정한 운영 기준과 예산 집행 원칙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단순히 많은 인원을 확보하는 것이 사업의 성과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몇 명이 참여했느냐보다 참여한 주민들이 얼마나 만족했느냐, 프로그램이 주민의 삶에 어떤 즐거움을 주었느냐​가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지방행정도 이제 변해야 한다. 과거에는 행정기관이 계획을 세우고 주민에게 참여를 요청하는 방식이 익숙했다면, 지금은 주민이 원하는 것을 행정이 지원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특히 문화·여가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자율성과 다양성이다.

 

··동장 역시 행사 참여 인원을 늘리는 데 관심을 두기보다 주민들이 부담 없이 문화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김학홍 시장이 이끄는 새로운 문경시정에서도 이런 작은 부분부터 변화가 시작되기를 바란다. 거창한 정책만이 행정 혁신은 아니다. 주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작은 불편과 관행을 바로잡는 것 역시 중요한 변화다.

 

노래교실은 행사를 위한 조직이 아니다. 주민들이 노래 한 곡 부르며 웃고, 이웃과 어울리고, 잠시라도 삶의 고단함을 내려놓는 곳이어야 한다.

 

노래교실의 주인은 행정기관도, 강사도, 축제도 아니다. 바로 그곳을 찾아오는 주민들이다. 이 간단한 원칙에서부터 다시 시작했으면 한다.

 

 

문경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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