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홍기 칼럼

「피지컬 인공지능(Physical AI) 시대」Ⅷ. 군사·안보와 피지컬 AI (73)

문경매일신문
입력
73) 인간 통제 없는 무기는 가능한가?
지홍기 | 영남대학교 명예교수, 전)국가녹색성장위원회 위원, 전)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 회장

기술은 이미 인간의 손을 벗어나고 있다.

전쟁에서 무기는 오랫동안 인간의 도구였다. 총과 전차, 전투기와 미사일은 모두 사람이 직접 조작하고 결정해야 움직였다. 그러나 피지컬 인공지능의 발전은 이 기본 원칙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오늘날의 자율 무기 시스템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는 지능체로 변하고 있다. 인간이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목표를 탐색하고 추적하며 공격까지 수행할 수 있는 기술이 이미 개발 단계에 들어섰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인간 통제 없는 무기가 과연 가능한가라는 질문이 전 세계적인 논쟁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완전 자율 무기의 기술적 구조

인간 통제 없이 작동하는 무기는 여러 기술이 결합된 복합 시스템이다. 먼저 각종 센서(sensor)가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인식한다. 그다음 인공지능 알고리즘(algorithm)이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여 상황을 판단한다. 마지막으로 액추에이터(actuator)와 로봇 장치가 실제 행동을 실행한다. 이 과정이 모두 자동으로 이루어지면 인간은 단순한 감시자 역할만 하게 된다. 이론적으로는 완전 자율 작전(full autonomous operation)이 가능하다. 기술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 개입이 전혀 없는 무기 체계는 더 이상 공상이 아니다.

 

속도 경쟁이 부추기는 자동화

현대 전장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움직인다. 미사일과 드론(drone)이 오가는 전투에서 의사결정 시간은 초 단위로 줄어들었다. 인간 지휘관이 일일이 판단하기에는 너무 많은 정보가 동시에 쏟아진다. 그래서 군사 강대국들은 점점 더 자동화된 전투 시스템을 선호한다.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빠르게 계산하고 더 많은 경우의 수를 분석한다. 이런 이유로 인간 통제를 최소화한 무기가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는 주장도 강해지고 있다. 속도의 논리가 윤리의 논리를 앞서는 위험한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피지컬 인공지능 시대 인포그라픽 73-인간 통제 없는 무기는 가능한가
피지컬 인공지능 시대 인포그라픽 73-인간 통제 없는 무기는 가능한가

인간 통제 원칙이 필요한 이유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모든 것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 통제(human control)가 없는 무기는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일으킨다. 생명과 죽음을 결정하는 판단을 기계에게 맡기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라는 근본적 질문이 제기된다. 인공지능은 도덕적 책임을 질 수 없고, 잘못된 판단에 대해 사과할 수도 없다. 오작동(system malfunction)이나 데이터 오류로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해도 책임의 주체가 모호해진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최소한의 인간 개입을 보장하는 인간 중심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위험 요소

완전 자율 무기가 확산되면 국제 안보 환경은 더욱 불안정해질 수 있다. 기술력이 높은 일부 국가만이 강력한 무기를 독점하게 되고, 군사적 불균형이 심화된다. 또한 자동화된 무기는 전쟁의 문턱을 낮출 가능성이 크다. 사람이 직접 싸우지 않기 때문에 무력 사용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해킹(hacking)이나 인공지능 조작 같은 새로운 위협도 등장한다. 인간 통제가 없는 무기는 예측 불가능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

 

법과 규범의 필요성

이러한 위험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는 다양한 규범을 논의하고 있다. 살상 자율 무기(LAWS: Lethal Autonomous Weapons Systems)를 제한하거나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소한 공격 결정 단계에서는 인간이 반드시 개입해야 한다는 인간 개입 원칙(human-in-the-loop)이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된다. 그러나 기술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명확한 국제 협약과 감시 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인간 통제 없는 무기는 언젠가 실제 전장에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기술과 인간성의 갈림길

인간 통제 없는 무기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은 단순한 공학적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인류 문명의 방향을 묻는 철학적 질문이다. 피지컬 인공지능은 분명 인류에게 강력한 도구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인간성을 위협할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전쟁에서조차 인간의 양심과 책임이 사라진다면 문명은 어디로 가게 될 것인가? 기술은 점점 자율성을 확대하겠지만, 최종 통제권만큼은 인간에게 남겨두어야 한다. 미래의 안전은 인공지능의 능력이 아니라 인간의 지혜로운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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