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전국환경백일장 성황… 탄소중립을 문학으로 노래하다

‘탄소중립’을 시로 풀어낸 전국 문학인들의 축제가 문경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제4회 문희경서 전국환경백일장이 지난 27일 문경시 모전공원 야외공연장에서 전국 각지의 학생과 일반인 등 206명(관외 45명·관내 161명)이 참가한 가운데 개최됐다.
푸른 나무 그늘 아래 마련된 야외무대에는 가족 단위 참가자와 학생들이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원고지 앞에서 저마다의 상상력과 감성을 펼쳤다. 대회장 곳곳에서는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마지막 문장을 다듬는 참가자들의 진지한 모습이 이어졌고, 학부모와 시민들은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문학과 환경이 어우러진 축제를 함께 즐겼다.
이번 백일장은 '탄소중립'을 주제로 초등부, 중·고등부, 일반부로 나눠 운문 부문만 진행됐으며, 포항과 대구를 비롯한 전국에서 참가한 문인과 학생들의 작품 190여 편이 접수됐다.
심사는 피재현 (사)한국작가회의 대구경북지부장, 황종권 육사문학관 상주작가, 신현련 한국문인협회 문경지부장, 권영하 시인(점촌중학교 교사), 고성환 작가 등 5명의 심사위원이 합의제로 진행했다.
심사위원들은 주제 적합성과 환경의식(30점), 창의성과 독창성(30점), 문학적 완성도(30점), 형식과 분량 준수(10점) 등 100점 만점 기준으로 작품을 평가해 부문별 대상·최우수상·우수상·장려상 등을 선정했으며, 백일장의 특성상 먼저 운문 형식에 맞지 않거나 탄소중립이라는 주제에서 벗어난 작품을 제외한 뒤, 창의성과 표현력, 문학적 구성력을 중심으로 최종 수상작을 가려냈다.
심사에 참여한 고성환 작가는 “이번 백일장은 좋은 작품이 많았고 특히 초등부 학생들의 꾸밈없는 시가 큰 감동을 줬다”며 “일반부 대상작은 재활용품을 모으는 노인의 일상을 통해 탄소중립이라는 주제를 자연스럽고 따뜻하게 형상화한 점이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일부 작품은 주제에 지나치게 얽매인 나머지 시의 이미지와 은유, 상상력을 충분히 확장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며 “환경을 소재로 하더라도 문학적 상상력이 더해진 작품들이 앞으로 더욱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심사평을 밝혔다.
일반부 대상은 황인필 씨의 ‘세상의 온도’가 차지했다. 이 작품은 재활용품을 모으는 노인의 소박한 일상을 통해 자원순환의 가치와 인간의 따뜻한 삶을 함께 담아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대회에서는 각 부문 대상에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상, 최우수상에 경북도지사상, 우수상에 문경시장상, 장려상에 시사문경 대표상이 수여됐다. 초등부와 중·고등부 대상 수상자에게는 각각 상금 100만 원, 일반부 대상에게는 200만 원이 전달됐다.
백일장이 끝난 뒤에는 버블쇼와 퓨전국악 공연, 아리랑고고장구팀의 흥겨운 무대가 이어져 참가자와 시민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며 축제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한편 문희경서 전국환경백일장은 제2회 대회부터 기후에너지환경부 후원 명칭 사용과 장관상 수여 승인을 받아 전국 규모의 권위 있는 환경문학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수상자
△초등부
대상 최민정(문경모전초)
최우수 권해찬(문경점촌초)
우수 안채린(문경모전초)
장려 이다인(포항 양서초), 김나윤(문경모전초), 민보규(문경모전초)
△중·고등부
대상 이미연(문경가은중)
최우수 박설아(문경여중)
우수 석지연(문경여고)
장려 이강하(문경중), 김민준(문경점촌중), 하민수(문창고)
△일반부
대상 황인필(문경)
최우수 김민지(영주)
우수 박대현(문경)
장려 김경아(영주), 이철희(상주), 권혜진(문경)
◇ 일반부 대상 작품
세상의 온도
황인필
캔 스치로폼 비닐 쇳조각
분리표가 칸마다 붙어있는 재활용장.
백발로 들어선 햇볕을 깔고 앉아
노모차 가방에 동개넣는 빈 소주병
박스마다 털어보는 손놀림
처음처럼 골똘하고.
딸각딸각 떨어지는 동전소리
아침이슬같이 투명하다.
재수 좋으면 대여섯 개
그잖으면 공치지만.
이 재미없으면 살맛이 쓰다며
쭉정이 같은 입술에 질겅 물리는
흰 웃음.
묻힌 손에 해치워야지
얌체봉투 찾아들고 표시대로 골라넣는
눈빛이 초롱하다.
싹 비운 속
그래도 깔은 있어 꽤나 무겁다며
가릉가릉 소리 나는 늑골에 세상 온도가
따끈하게 얹혀 있다.
문경매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