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천씨 문중, 충장공 천만리 선조 기리는 봉황제 봉행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원군으로 참전해 왜군과 싸운 충장공 천만리(千萬里)의 충절이 후손들의 항일독립운동과 전통문화 계승으로 이어지며 400여 년을 넘어 오늘날까지 맥을 잇고 있다.
영양천씨 문중은 11일 문경시 산양면 부암리 문중사당에서 중시조인 충장공 천만리 선조의 탄신을 기리는 ‘2026년 봉황제’를 봉행했다.
문중 종친과 내빈 등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제례를 시작으로 노양영각 문경시 보호문화유산 지정 경과보고, 감사패·공로패 전달, 기념 촬영, 중식, 간담회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충장공 천만리는 1543년 태어난 명나라 무신으로, 임진왜란 당시 아들 천상 등과 함께 조선에 원군으로 참전해 평양과 동래 등지에서 왜군을 물리치는 데 공을 세웠으며, 정유재란 때에는 울산 전투에도 참전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쟁이 끝난 뒤 조선에 정착해 화산군에 봉해지고 토지를 하사받았으며, 영양천씨의 중시조로 추숭됐다. 시호는 충장(忠莊)이며, 그의 시문을 모은 ‘사암천문집’도 전해지고 있다.
특히 천만리의 충절과 나라 사랑 정신은 후손들에게도 이어졌다. 후손 가운데는 일제강점기 미주지역에서 일제 식민 통치에 저항하며 독립운동에 참여한 독립운동가 천세헌 선생이 있다. 선조가 임진왜란이라는 국난을 맞아 조선을 위해 싸웠다면, 후손은 수백 년 뒤 일제 강점이라는 또 다른 국난 속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힘을 보탠 것이다.
또한 영양천씨 후손 가운데 한국 전통 도예의 맥을 이은 경상북도무형문화유산 사기장 고 천한봉 선생도 빼놓을 수 없다. 천 사기장은 평생 전통 장작 가마와 도자 제작 기법을 지키며 문경 전통도자의 명맥을 이어온 장인으로, 문경 도예의 위상을 높이고 전통문화 계승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이처럼 영양천씨 문중은 충장공 천만리의 충절에서 시작해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근현대 전통문화 계승에 이르기까지 후손들이 각 시대마다 나라와 지역사회를 위해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문경시 산양면 부암리에 있는 노양영각(魯陽影閣)은 충장공 천만리의 영정을 봉안하고 그의 공적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건축물이다. 후손들이 1889년 건립을 시작해 이듬해 준공했으며, 이후 천만리의 영정을 봉안해 현재까지 보존하고 있다.
노양영각은 건립 이후 문중의 노력으로 꾸준히 보존돼 왔다. 1983년 고사 정비, 1988년 충사제 보수, 1991년 영각·솟을삼문·담장 중수 등이 이뤄졌으며, 2020년에는 문경시와 문중이 총사업비 3억 원을 들여 수리·보수사업을 실시했다.
문경시는 노양영각이 지닌 역사·문화적 가치와 보존 필요성을 인정해 2026년 6월 4일 문경시 보호문화유산 제9호로 지정했다. 문중은 이를 기념하고 보호문화유산 지정의 의미를 후손과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 7월 기념비도 세웠다.
천석진 영양천씨 문중 회장은 “봉황제는 충장공 천만리 선조의 탄신을 기리고 나라를 위해 헌신한 충절과 업적을 되새기는 뜻깊은 자리”라며 “선조의 충절이 천세헌 선생의 독립운동과 천한봉 사기장의 전통문화 계승 등 후손들의 삶 속에서도 이어져 왔다는 데 큰 자긍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양영각이 문경시 보호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만큼 문중원 모두가 더욱 책임감을 갖고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선조와 후손들이 남긴 정신적·문화적 유산까지 함께 정리해 후대에 온전히 물려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영양천씨 문중은 앞으로 노양영각의 체계적인 보존·관리에 힘쓰는 한편 충장공 천만리에서 독립운동가 천세헌, 사기장 천한봉으로 이어지는 문중 인물들의 역사와 자료를 발굴·정리해 충절과 독립정신, 전통문화 계승의 가치를 후대에 전해 나갈 계획이다.
문경매일신문
